매일신문

[필름통] 전쟁영화 붐

사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인류 역사상 1천명 이상 사망한 전쟁만도 32만 건이 된다고 하니, 가히 인간은 전쟁을 위한 동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전쟁 영화는 주요 장르로 인기를 끌었다. 2차 대전이 끝나자, 한국 전쟁이 터지고 거기에 월남전까지 이어지면서 호황을 누렸다. 소규모 비정규전으로 눈을 돌리며 잠시 주춤하던 전쟁 영화가 걸프전과 이라크전이 터지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고 현재 극장가에서는 맷 데이먼 주연의 '그린존'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한국에서도 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올해는 전쟁영화 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한 감독에 권상우, 차승원, 김승우 등이 출연하는 '포화속으로'가 6월 개봉 예정이다. 1950년 8월, 낙동강 저지선을 지키기 위한 남과 북의 처절한 전쟁 한복판에서 교복을 입고 포화 속으로 뛰어 든 학도병 71명의 전쟁 실화를 그리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300억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디 데이'(가제)를 6월 크랭크인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일본군에 징집돼 독일의 나치 병사가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외 곽경택 감독은 2002년 6월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영웅적이거나, 혹은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는 한국전쟁 영화와 달리 이라크 전쟁을 그린 영화들은 다양하다. '쓰리 킹즈'(1999년·데이비드 O. 러셀 감독)처럼 보물찾기식 오락 영화가 있는가 하면 자식의 죽음을 통해 전쟁통에 망가진 젊은 군인들의 뒤틀린 영혼을 그린 '엘라의 계곡'(2007년·폴 해기스 감독)처럼 진지한 영화도 있다.

그래도 최근 이라크 전쟁 영화들은 대부분 반전(反戰) 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폭발물 제거반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리고 있는 '허트 로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군인들의 심정을 시한폭탄의 초침처럼 숨 막히게 그리고 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그린존'(2010년)은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쫓는 미군 병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전쟁 본능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영화들은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옹호하는, 묘한 이중적 자세를 취한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은 전쟁을 벌이고, 할리우드는 전쟁으로 돈 벌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래서 한편으로 불편한 시선 또한 사실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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