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천안함 사태 수습에 더욱 집중할 때

천안함 침몰 사태가 발생한 지 오늘로 벌써 보름을 넘겼다. 지난 보름간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되돌아보면 과연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향해 가고 있는 나라인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군은 군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여론은 여론대로 허둥대고 목청만 높였을 뿐 온갖 설과 음모론이 판을 쳐도 이를 걸러내고 조정할 구심점이 없음을 드러냈다.

사태 발생에서부터 구조 작업과 원인 규명에 이르기까지 과연 우리가 기본적으로 위기 대응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국가적 비극이자 위기 사태에 모두가 단합해 빈틈없이 대응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우왕좌왕하고 분열된 모습만 보여준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갖고 사태 수습에 힘을 보태야 할 정치권은 정략에만 골몰해 정부와 군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됐다.

또 군과 정부는 비상사태 발생 시 정해진 수순대로 취해야 할 대응 매뉴얼조차 없는 것인지 시행착오만 되풀이해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공개되어도 무방한 정보는 감추고 정작 군사기밀은 아무런 통제 없이 마구 공개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원인 규명도 되기 전에 책임 추궁부터 거론하고 나선 정치권의 꼴을 봐서는 앞으로 사태가 원만히 수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한국이 국가적 위기 사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수습하고 대승적으로 대처해 나갈지 눈여겨보고 있다. 견디기 힘든 슬픔이 닥쳐도 이를 내색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문제 해결에 집중해 명예롭게 이겨내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보름간 보여준 것처럼 사태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서로 상처 내기에 바쁜 혼란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가 이미지와 신인도에 큰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천안함 사태로 희생된 46명의 장병들은 지금 국가와 국민을 탓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생자들의 명예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와 유가족에 대한 배려 등 정부 차원의 예우가 차질 없이 준비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리더라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애국심을 더욱 키워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아무런 명예와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국가 안보와 미래는 보장받기 힘들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산적한 문제들을 절치부심 풀어내고 대응 태세를 가다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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