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소금전쟁이 불붙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품이자 방부제로 사용돼 왔던 소금. 하지만 소금의 주요 성분인 나트륨이 현대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좀 더 인체에 무해한 소금을 찾는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천일염이다. 2008년부터 '식품'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소금이 사용되는 음식이라면 어디든지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기존의 저염 시장도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간이 적절히 돼 있어 제맛을 내면서도 몸에는 해롭지 않은 음식을 위한 인간의 고민이 식품업계 '소금전쟁'으로 확산된 것이다.
◆'식품'으로 돌아온 천일염
오랫동안 한국의 소금은 억울한 수난을 당했다. 1963년 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무려 45년 동안이나 천일염은 '광물'로 분류돼 왔던 것. '돌 덩어리'로 분류됐던 탓에 식재료로 사용될 수도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적으로도 그 품질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국내 '천일염'을 놔두고, 바닷물을 전기장치에 통과시켜 인공적으로 나트륨과 염소를 합성시켜 만든 99% 염화나트륨(NaCl) 덩어리를 '소금'이라고 섭취해야 했다. 이 정제염을 먹는 행위는 바로 염화나트륨을 먹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소금은 고혈압과 위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돌'이 어느날 갑자기 '식품'의 본분을 되찾게 됐다. 2007년 염관리법 개정과 2008년 3월 식품공전에 기재를 통해 진정한 식품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천일염 시장이 식품업계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 슈퍼마켓에서 파는 고추장이나 김치에도 천일염이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국내 천일염은 세계 3대 갯벌에 든다는 우리나라 서해 청정해역의 염전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햇빛과 바람을 통한 자연방식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을 말한다. 자연증발 과정을 통해 얻어진 만큼 천연 미네랄 성분과 무기질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쓴맛이 적고 단맛이 살짝 돌며 순하다는 특징이 있다. 대신 염화나트륨 비율은 80~85%으로 여느 소금 제품에 비해 순도가 낮다.
국산 천일염의 품질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5년 이상 숙성시켜 간수(소금에 남아있는 수분)가 제거된 천일염은 맛이 순하고 부드럽다.
◆커지는 천일염 시장
현재 백화점 소금 매출 중 가장 판매량이 높은 것이 바로 천일염이다. 대구백화점 경우 올 들어 전체 소금 관련 제품 매출의 55~60% 정도가 천일염 제품으로 나타난 것. 국내 소금시장 판도는 역시 이미 천일염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1천300억원대에 이르는 국내 식품용 소금 시장에서 국내 천일염은 500억원, 수입산 천일염이 900억원 규모로 천일염 시장은 이미 일반 소금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천일염 제품을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전남 신안에서 생산된 100% 국내산 천일염제품 '100% 신안천일염 오천년의 신비'를 시장에 내놓았고, 대상 청정원은 '바다소금 요리염'으로 천일염 시장에 뛰어들었다. 샘표식품은 '신안바다 천일염' '소금요정 천일염'을, 사조해표는 '3년 묵은 천일염' 등을 내놓고 천일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신안메이드의 '3년 묵은 천일염', 레퓨레의 '김대감집 맛의 비밀 3증3포'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소금을 천일염으로 바꾸는 경향도 두드러지다. CJ제일제당은 자사의 다시다 제품인 '산들애'의 모든 제품에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고, 농심은 대표 스낵인 '새우깡'에 신안군 천일염을 쓴다. 사조그룹은 천일염을 사용해 만든 고추장, 된장, 쌈장을 출시했다.
◆저염 시장도 인기
웰빙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금기를 줄인 저염 제품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기존 소금 제품에 비해 염도를 절반 가까이 낮춰 나트륨 과다 섭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제품들이다.
가장 대표적이 성분이 바로 '팬솔트'다. 일반 정제염보다 염화나트륨 함량이 40% 정도 낮은 팬솔트는 '자일리톨' '벤네콜'(식물성 마가린)과 함께 핀란드 3대 식품으로 손꼽힌다. 염화나트륨 대신 함유된 염화칼륨이 동일한 짠맛을 내주면서 체내의 나트륨 배출을 촉진시켜 주는 것. 하지만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칼륨 과다 섭취가 오히려 무리를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정상인들에게서는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출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과다 섭취할 경우 체내 혈중칼륨 농도가 높아져 호흡곤란, 흉통, 심장마비 등 다양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토소금(500g) 역시 짠맛이 덜한 소금이다. 황토 항아리에 국내산 천일염을 790℃의 고온에서 12시간 이상 구워냄으로써 각종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황토에서 나오는 각종 천연미네랄로 인해 쓴맛이 없고, 짠맛이 덜하다.
수입 소금 중에서는 일본 '누마치스'가 저염 소금으로 인기다. 일본 해역에서도 가장 청정하다는 오키나와의 해수로 만들었으며 세계 최초의 순간공중결정법으로 만든 미네랄 해염으로 식염보다 염분이 25% 정도 낮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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