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적십자 병원의 아쉬움

봄이 되니 무채색 수채화 같은 주변 풍경에 눈에 띄는 색들이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나의 눈에는 항상 노란색이 먼저 들어온다. 신천가의 개나리도 수양버들도 모두 노란색이다. 우리의 눈은 20세가 되면 벌써 노화현상이 일어나서 어릴 적에 본 색깔도 달리 보이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파랑색은 진파랑으로 보이나 노랑은 화려함이 줄어 보이고, 또 보라색을 보는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든 화가들은 짙은 파랑색과 보라색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봄은 노화현상이 일어나는 우리의 눈과 관계없이 가슴 아픈 소식들에 더욱 그 화려함이 줄어 보이는 것 같다.

지난달 31일에는 대구적십자병원이 1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와 지리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경영상의 이유로 결국은 폐쇄되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2005년 12월부터 대구시 치과의사협회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무료 치과진료를 시행하고 있어 나도 몇 번 무료 치과진료에 참여하였다. 일요일 오후에 의과진료도 같이 병행하였는데 참여하면서 대구지역에도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수가 생각 밖으로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번은 베트남에서 온 20대 초반의 여자 환자가 치석제거를 위하여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치료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갑자기 "잠깐만요" 하면서 입안에서 틀니같이 생긴 것을 빼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보니 앞니가 4개나 없었다. 순간 내가 약간 황당해 하니 같이 진료 나온 선생님이 아직도 베트남 등의 동남아 국가에서는 보철치료가 원활하지 않아 임시 틀니 같은 것으로 대체해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현재 우리나라 같으면 미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이 앞니 없이 지낸다는 것은 악몽과 같은 것이지만 이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대구적십자병원이 결국 폐쇄되면서 외국인근로자,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등의 의료약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대구지역에선 대구적십자병원과 대구의료원이 이들 의료약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공의료시설이었다.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의 기능을 대폭 보강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의료약자를 진료하는 개인병원에 대해서는 진료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구적십자병원의 폐쇄는 아쉬움이 남는다. 적십자는 '흰 바탕에 붉은 십자'를 상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적십자 창시자의 조국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스위스 국기의 배색을 반대로 한 것으로 구호의 상징이다. 갈 곳 없는 의료약자인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 저소득층들이 다시 적십자 깃발아래에서 웃는 날이 오길 봄바람에 기원해 본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