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이야기하는 도중에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에서 1위가 있다고 하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나타냈다. 자신들도 잘하고픈 마음이 있는 것이다. "공통점 1위는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한다" 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에~이', '우~' 하며 비명을 지르고 야유를 보냈다. "난 차라리 공부 못하고 말거야","우리아빠랑 대화하는 거 진짜 싫어요" 하며 여기저기서 난리를 쳤다.
모든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왜 많은 아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왜 아이들이 아빠와 대화하는 것을 이처럼 꺼릴까?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빠와 나누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잔소리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들과 곧 잘 놀아주고 이야기책도 읽어주고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도 하던 아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부터는 서서히 얼굴 보는 시간도 줄어들고 대화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가장 대화가 절실한 시기인 사춘기 무렵에는 서로 문을 닫고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나 어릴 때는 가장 친하고 말을 잘 들어 주던 아빠가 사춘기를 겪는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에 문을 닫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아이의 상황을 항상 어른에게 맞춰서 대처하다 보니 정작 아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춘기 시절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하다 보니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당부의 말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것이 일방적인 잔소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빠의 대화 방법 중에는 꼭 무슨 일이 생기면 대화를 나누자고 한다. "이리와서 앉아 봐라. 우리 대화하자"
이렇게 말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함께 텔레비전 보다가 연예이야기라도 나오면 "봐도 꼭 저런 거만 보노 가서 공부나 해라" 이 말에 아이들은 방문을 닫고 마음에 문도 닫는다.
사춘기 아이들의 몇 가지 특징을 보면 무조건 공감 받길 원한다. 아프다고 하면 병원가라가 아니라 "많이 아프나 뭘 도와줄까?" 하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항은 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또 어른으로 대접 받으면서도 어린아이처럼 보호 받고 싶어 한다. 한편 어른들의 행동에는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게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별하고 그 간극 때문에 힘들어 한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사춘기라는 괴롭고 험한 강을 홀로 외로이 견디며 건너는 아이들이 많다. 혼자만이 극복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먼저 건너본 어른들이 도와주어야한다. 이것저것 시킨다면 그건 또 하나의 잔소리로 변하게 된다. 가벼운 일상에서부터 대화를 하자.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를 찾아보자. 아이들은 해결책을 찾아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혼자가 아니라 옆에 누군가가 있구나, 그 누군가가 아빠이고 엄마였으면 하는 것이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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