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과교실제 학교' 시행 대구 구남중

수준별 수업 한 달 했을뿐인데 '사교육비 절감 + 성적향상' 두 토끼

대구구남중은 수준별 수업을 도입해 학생 능력과 교과 특성을 반영한 수준별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대구구남중은 수준별 수업을 도입해 학생 능력과 교과 특성을 반영한 수준별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5일 오후 대구 구남중 영어 수업시간. 칠판자리를 대신한 대형 스크린에는 다양한 화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Time is limited So do not waste it living Someone's life.'(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다른 이의 삶을 살면서 이를 허비하지 마라) 최근 아이패드 출시로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국 애플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의 인생철학이 그의 일대기와 함께 화면을 통해 소개되고 있었다.

학생 수는 고작 10여명. 이동휘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영화감상을 하듯 화면을 지켜보다 이도 잠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왜 다른 이의 삶을 살고 있다는 표현을 썼을까요?" 이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마치 대학교 수업을 방불케 했다.

올해부터 교육과학기술부 교과교실제 학교로 선정된 구남중학교의 수준별 이동수업은 시행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도 이미 공교육의 한계를 상당 부분 넘어서고 있었다. 단순히 특별교실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의 교과선택권과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학, 과학, 영어 교과를 3, 4개 수준으로 반편성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수학교과는 가우스, 페르마, 칸토르, 오일러로, 과학교과는 갈릴레이, 뉴턴, 노벨, 다윈으로, 영어교과는 Dream(드림), Challenge(챌린지), Vision(비전), Future(퓨처) 등 4개 수준으로 나누어 반편성을 했다. 또 '기존 학급+1 체제'로 교육체계를 구성, 학급당 인원을 최소화해 교사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영어교과의 경우 'Future'반은 10명 내외이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간의 1대1 수업이 가능하다.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교과교실 6곳을 정비하여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구축했다. 2층에 영어 교과교실 2실, 수학 교과교실 1실을 마련했고 4층에 수학 교과교실과 수학 교과연구실을, 5층에는 과학 교과교실 2실을 만들었다. 각 교과교실에는 수업개선을 위하여 손터치를 통한 쌍방향을 극대화시킨 전자칠판과 학생 과제 및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실물화상기, 손쉽고 편한 판서를 위한 물칠판과 유리칠판, 학생용 노트북, 영어단어와 숙어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LED 플래시 등의 기자재를 구비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책상과 의자, 과제 게시판과 일체형 컴퓨터 등도 완비되어 있다.

특히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새롭게 개편했다. 수준별 이동수업 시간표와 출석부를 마련했고 교수학습방법 연구와 평가 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특히 수준별 수업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연구와 실제 수준별 평가문항 개발을 위한 연수를 통해 문항세트를 제작하여 보충, 기본, 심화 수준으로 나눈 문제를 학생들이 선택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1학년 권소희양은 "수준별로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다. 영어도 재미가 있고, 수학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고, 송은유양은 "수준별 수업을 통해 나의 수준을 알 수 있게 됐다. 조금 차별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수준별 수업 이후 성적이 올랐다"고 했다. 같은 학년 강수진양은 "학생 수가 적어서 눈치 보지 않고 선생님께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수학성적을 올려서 꼭 상위반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반면 이창주군은 "자신의 능력과 진도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지만 수준별로 반을 나누다 보니 친했던 친구들과 서먹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된다"고 했다.

구남중은 학력뿐만 아니라 인성, 체력 등의 측면에서도 가정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2학기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교과교실제의 특성을 반영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수학·과학·영어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을 준비중인 것. 동아리 활동은 체험활동과 독서를 강화하여 최근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강조하는 중학교 교육 문화를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이종숙 교장은 "사교육 수요를 학교 수업에서 충족시켜 줌으로써 사교육비 절감과 성적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며 "교사들의 책임감이 커지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했다. 이동휘 교사는 "교과교실제 수준별 수업을 하게 되면서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학·과학·영어 교사들은 모든 학년 수업에 다 들어가기 때문에 수업연구와 준비가 매우 힘이 들지만 실제 수업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특히 하위반은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수업이 가능하여 교육내용이 학생들에게 훨씬 잘 전달될 수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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