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부터 모든 교사들은 학기별로 두 번 이상, 일 년에 네 차례 이상 학부모와 동료 교사에게 수업을 공개한다. 이전에도 교사들은 본인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해서나 다른 교사에게 멘토링을 하기 위해서, 또는 특정 연구 결과가 교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 수업 공개를 해 왔다.
이전에는 학생 지도 능력이 탁월하고 교육 정책 변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교사가 시범을 보여주는 방식의 수업 공개가 주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교사가 일상적인 수업 장면을 여러 차례 공개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고 수업 공개 후 동료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컨설팅을 받거나 더 나아가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와 연관된 수업 공개에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 다음 주가 되면 대부분의 학교가 수업 공개를 시작할 것 같다. 수업 공개일을 하루가 아니라 사흘 이상이나 잡아 학부모들이 편한 날짜를 선택해서 참석하도록 준비한 학교도 있다.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 보았더니 교사들은 수업 공개를 통해서 학부모들 사이에 떠도는 근거 없는 입소문이나 학생들로부터의 교육 외적 인기도에 따른 평판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전문적 수업 능력과 학생 지도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를 찾아 '수업 공개'라는 단어를 치면 이에 대한 가타부타의 얘기보다 이미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연구회를 통해 수업 공개한 결과를 인터넷에 올려 서로 컨설팅을 주고받는 내용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학교 홈페이지에 그 학교 모든 교사들의 수업 장면을 올려놓기로 한 학교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수업 공개를 앞두고 학교와 교사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교사들은 이미 임용 때부터 온갖 방식의 수업 장학을 받으면서 해마다 수업 공개를 해 왔기 때문에 수업 공개에 대해서는 초보가 아니다.
그러나 학부모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무슨 구경하는 듯이 수업을 참관하고서 교사와 서로 좋은 인사와 격려로 마무리하고 올 때와는 달리, 이제는 평가를 염두에 둔 책임 있는 수업 참관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준비를 학부모로서 어떻게 하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맡은 역할에 비해 역할 감당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 학부모들이 교실에 들어가게 되면 학부모들은 내 아이에 대한 관심을 초점으로, 또는 자신의 오래전 학습 경험을 중심으로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학부모의 교육열과 교육 이력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 교육열과 이력이 곧 교육적 안목이나 식견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부모는 교사의 스타일이나 가르치는 내용, 또는 교육 방법이 내 아이에게 적절한 것과 모든 아이에게 적절한 것이 서로 다른 경우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판단에 호응하지 않는 교사나 이웃 학부모에게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때도 겪게 될 것이다.
학부모는 오늘 수업이 교사가 수업을 기획할 때의 목표점에 도달했는지, 참관한 한 시간의 수업이 전체 교과 교육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에 맞게 진행되었는지 등을 따지는 것은 다른 교사와 수업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학부모로서 챙겨 보아야 할 수업에 대한 맥은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수업을 참관할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해 이미 갖고 있는 익숙하지만 뚜렷한 근거 없는 선입관을 버리기를 바란다. 학교와 교사를 처음 보듯 낯설게 대하면서도 애정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기대한다. 혹시 교육의 이름으로 그저 학교에서나 이해될 만한 어떤 의미 없는 습관을 교사와 학생이 반복하고만 있다면 분명하게 말해 주자.
교육 개혁이다, 수업 혁신이다, 바람 잘 날 없이 몸살과 진통을 겪으면서 학교는 나름대로 변해 왔다. 자칫 학교의 현재보다 더 진부한 생각과 편협한 눈으로 수업을 판단한다면 학부모가 학교의 미래를 다시 어둡게 할 가능성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내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로 들어가 보자.
이상현 대구시교육청 학부모정책담당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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