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라는 게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과학 이론이다.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예측 불허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일컬을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과학 이론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나비효과가 있다. 한 사람의 작은 생각과 선행이 우리 사회 전반을 훈훈하게 만드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2006년 겨울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작한 '내복펀드'도 긍정적인 나비효과의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펀드라고 해서 유행하는 재테크 개념이 아니다. 홀몸노인들에게 내복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만든 펀드가 바로 내복펀드이다. 처음에는 작은 움직임이었으나 지금까지 내복펀드는 3천400여명에 이르는 홀몸노인들에게 내복을 전달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노년을 외롭게 보내는 홀몸노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추위와 외로움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온몸을 떨게 만들고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다는 외로움은 노년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이런 홀몸노인들을 위해 내복을 전달하자는 게 내복펀드가 만들어진 취지이다.
내복펀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에 근무하는 김상균씨이다. 김씨는 당시 사내 그룹웨어를 통해 "겨울철 전기장판 하나로 추운 겨울을 나는 어르신을 위해 내복 1벌씩을 선물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공사 측은 모금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글을 올리자 불과 두어시간 만에 60여만원이 내복펀드 통장에 입금됐고 10일 만에 직원 340명이 1만원씩을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내복펀드 캠페인에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호응하여 이윤성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이해봉, 배영식, 서상기, 정두언, 정태근, 유정복 의원 등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내복펀드는 국회의원 외에도 국무총리실에서도 동참자(박영준 국무차장)가 있으며 성공적인 동절기 에너지 절감운동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내복펀드는 첫해에 382만원으로 344벌의 내복을 그해 태풍으로 피해가 심했던 강원도 평창지역 홀몸노인에게 전달했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400벌, 2008년에는 685벌이 홀몸노인이 있는 전국 농촌지역 시군을 중심으로 전달되었다. 2009년 한국농어촌공사는 사내 그룹웨어를 활용하여 1천603벌의 내복펀드를 모금하여 경북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 내복을 전달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가지는 '전염성'을 증명하듯 방사능폐기물관리공단에서도 경주지역 홀몸노인을 위한 내복펀드를 조성해 400벌의 내복을 경주지역 홀몸노인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전력 경남본부도 내복펀드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내복펀드의 캠페인 기간은 매년 11월이며 내복을 전달하는 기간은 12월이다. 2만원 상당의 보온내의를 공장에 주문 제작해 전국 시군 주민생활지원과로 배송 후 사회복지사가 지역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내복펀드는 운영되고 있다. 참여자에게는 '내복동지' 임명장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내복펀드가 사회적 재화(財貨)로 자리매김해서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내복펀드가 조성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게 농어촌공사 직원들의 바람이다.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농어촌공사의 소외계층 돌보기 사업의 일환으로 전개하는 사회공헌사업 중 내복펀드는 의미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혜 홀몸노인의 저변이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현 사회2부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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