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잉카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 올라갔던 관광객들은 하산길에 놀라운 광경을 만나게 된다. 관광객이 탄 버스는 낭떠러지 계곡을 내려오기 위해 굽이굽이 산길을 25분에 걸쳐 내려오는데, 잉카복장의 10세 소년이 그 일곱 굽이마다 나타나 '굿바이'를 외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굽이에서도 그 소년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그게 첫 번째 소년과 동일인인지 의아해한다. 그러나 세 번째 굽이에서는 소년이 동일인임을 알고 환호한다. 그 소년이 바로 유명한 '굿바이 소년'이다.
이 소년은 잉카 시절 파발꾼, 챠스키가 이용하던 산 속 지름길과 계단을 미끄러질 듯 질주하며 버스를 앞질러 7번이나 산비탈 굽이길에 나타나 '굿바이'를 외친다. 소년은 버스가 마지막 평지에 도착하면 버스에 올라 '굿바이, 사요나라, 아디오스, 짜이찌엔, 뚜빠나치스카마, 안녕히 가세요'라며 6개 국어로 고별인사를 던진다. 관광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품에서 1달러짜리를 꺼내 소년의 고사리 손에 쥐어준다. 물론 이 소년은 관광객들이 탄 버스를 배당받아 죽어라고 배당된 버스를 앞질러 내려온 마추픽추의 기발한 '신종 앵벌이'로, 수입을 반씩 버스기사와 나눈다.
그러나 이 소년의 행위는 단순히 앵벌이가 아니다. 산업화, 도시화로 이제 세계인은 자신의 '다리'를 잃었다. 소년은 가느다란 다리로 버스보다 빨리 그 험준한 산길을 내달림으로써 집념과 치열한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희망봉에서 마추픽추까지'를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은 남아프리카, 극동, 북인도, 터키, 남유럽, 시나이 반도와 오리엔트의 중동, 중남미 등 7개 지역을 여행하며 기록한 체험기다. 보통의 여행기처럼 사진을 크게 싣고 구구절절한 여정을 기록한 게 아니라 필요한 사진을 작게 쓰며 방문지의 역사와 현장, 지은이의 철학 등을 세밀하게 담고 있다. 그렇고 그런 여행기가 아니라 묵직한 재미와 상식을 준다. 315쪽, 1만8천원. 02)442-4623.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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