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탈출 포기한 타이타닉호 설계자

1912년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배인 타이타닉호(길이 268.8m, 폭 27.7m)가 북대서양에서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날이다.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 거함의 최후를 냉엄한 눈초리로 지켜본 인물이 있었다. 배를 설계하고 건조한 토마스 앤드류스(1873~1912)였다.

현재의 북아일랜드 콤버에서 태어나 벨파스트 왕립학교 졸업 후 숙부가 운영하는 조선회사 '할랜드&울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07년 화이트 스타사의 주문을 받아 '신(神)도 침몰시킬 수 없는 대형여객선' 건조에 나섰다. 앞서 건조한 자매선인 올림픽호의 문제점을 보완해 만든 역작이 타이타닉호였다. 그러나 1등실 수를 늘리는 바람에 톤수가 커졌고 방수격벽 설계에도 문제가 있었다.

처녀 항해를 점검하기 위해 동승한 그는 드디어 운명의 시간을 맞았다.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탈출을 포기했다. 승객들의 구명보트 탑승을 돕고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들을 위해 뜰 것을 계속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1등실 흡연실에 들어가 담담하게 최후를 맞았다. 사후 영웅 대접을 받았고 고향 콤버에 기념관이 세워졌다. 큰 잘못을 범했지만 아름답게 죽은 사나이였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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