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영 능력은?

몇 년 전 진보 성향의 한 교수가 들려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관한 얘기다. 그는 박 전 대표를 지역 방송국에서 주최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마주 앉았을 때 좀 만만하게 봤다고 한다. 당시에는 박 전 대표가 현재와 같은 거목으로 성장하지 않았을 때였고 속된 말로 '온실 속의 여자가 얼마나 하겠나' 하는 생각에 얕봤다는 것이다. 토론에 들어가면서 박 전 대표에게 몇 차례 잽을 날렸더니 박 전 대표는 부드러운 인상을 확 지우고 결단력 있는 전투 모드로 단번에 바뀌더라는 것이다. 외모는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지만 내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대로 빼닮은 것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표를 언급할 때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라. 두렵기도 하고 부럽기까지 했다"는 말을 되뇌곤 한다.

박 전 대표만큼 세인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을 만한 결기를 드러낸 정치인도 드물다. 4년 전인 2006년 5월 지방선거 유세 중 면도칼 테러를 당하면서 보여준 의연함과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며 보여준 담대함은 대중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정도로 뼛속 깊이 정치인의 자질을 타고난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친박계' 국회의원을 대거 거느리며 국민의 30% 이상에게서 충성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친이계 의원들조차 박 전 대표에 대해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 관리에 그만큼 철저한 정치인은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철저한 자기 관리는 결벽적이고 단호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얼마 전 세종시 문제에 이견을 냈다는 이유로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의원을 단칼에 쫓아낸 사례는 '냉정한 CEO'의 자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지도 모른다. 공동의 목표에 방해물이 있다면 얼마든 쳐낼 수 있는 것은 최고관리자로서 빼어난 덕목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의 관리도 물 흐르듯 잘 되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완전무결한 것이 어디 있을까만은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정치인에 대한 환상까지 깨질 수 있다. 현직 군수가 석연찮은 이유로 출마를 포기하고 전혀 예상치도 못하던 인물이 공천을 받은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자. 박 전 대표에게서 지역구 관리를 위임받았다는 특정 인사에 대한 구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좁은 지역 사회에서 이런저런 험담과 비방이 오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적잖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역구는 정치인의 뿌리나 다름없다. 그런 곳에서 말썽이 끊이지 않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국가를 이끄는 것은 '큰 경영'이지만 지역구를 관리하는 것은 '작은 경영'이다. 과잉 해석일 수 있겠지만 '작은 경영'에 실패하고 있다면 '큰 경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차질이 생긴다면 달성군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일부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박 전 대표에게 직언할 수 있는 측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가깝더라도 박 전 대표가 싫어할 만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도 아닐진대 잘못 전해 들었을 것이라고 믿지만, 정말 그렇다면 8년 전 이회창 전 총재가 밟았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제왕적 총재'라는 호칭이 현재의 '대통령급 파워'로 대체됐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 여건과 분위기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의리'와 '믿음'도 좋지만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절대로 큰일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집안이 제대로 돼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은 동서고금에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박병선 사회1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