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공연계 불황, 원인은 뭘까

우리나라 공연사업에서 신문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2001년, 국내 유례없던 대형 흥행작 '오페라의 유령'이 7개월간의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업계 전문가 5인이 모여 그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결론은 "모두 13개가 넘는 화젯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사실로 모아졌다. 물론 작품성, 완성도 등의 여타 기본적 요소들이 다양하게 있지만 당장 현실에서 좋은 결과를 위한 결정적 역할 요소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이 분석 대상이었다. 우리나라는 적절한 비평의 기능과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은 결국 피상적이나마 '공신력 있어 보이는 화젯거리'가 아주 중요하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소장파 전문가 5명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함께 자리했던 본 사업의 담당자 역시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우리 대구시는 지난 3, 4년간 아주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공연 정책들을 펼쳐왔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다루어왔다. 그런데 유독 그 기간이 지난 후 '사상 최악의 상황, 기획사들 한숨'이라는 기사(매일신문 4월 10일자 3면 보도)가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9년 전 오페라의 유령이 휩쓸고 간 뒷자리에는 어지간한 소극장 공연들은 명함도 못 내밀었고-아니, 실제로는 많이 내밀었지만-강력한 광고와 큰 화제에 익숙해진 대중들은 그 명함들을 받아도 인지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 세게, 더 강력하게, 더 자극적이게, 더 많은 광고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제 일반 대중들은 '공연'에 대한 정보조차 접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돈이 있어야 공연도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다양성, 실험성, 예술성이 생명인 예술의 세계에 일반 생활용품에 적용되는 '상품성'이라는 요소가 그 잣대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공연예술은 어쩌면 점차 없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 기사에서 분석한 대구 공연 불황의 원인인 '공급과잉' 역시도 어쩌면 '작품'이 아닌 '일회성 상품'의 공급과잉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공급과잉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동시에 공연사업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하는 '언론'에서 그토록 '많은 공연 기사'를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수요가 부족한가'에 대한 분석 역시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전체 덩치만 커보이지, 진지한 수요층은 더 줄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또 어떻게 보면 그토록 많은 공연 기사들이 상품성 위주의 공연에 치중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구분하자. 전자가 사람의 내면으로 다가가는 무엇이라면 후자는 사람의 내면을 유혹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보면 어떨까? 예술 작품이 역사 이래로 그래도 수백 년 지속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유가 절대로 '유혹'정도로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지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예술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예술이 먼저 우리들 생활 속을 기본적으로 채워나가는 가운데 그 존재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가치가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공연예술을 위하여 우리 모두가 노력해 왔던 소중한 관심들과 귀중한 예산을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시민들로 하여금 예술행위가 지닌 자유로움과 발상의 신선함, 내면의 자유를 가슴으로 느끼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진지한 감상층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행정가, 예술가, 언론, 방송 등이 모두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혹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소비자들을 유혹해야만 하는 방송 제작물들, 신모델 자동차들, 명품 의류 등과 같은 상품 소비와 같은 형태로 예술을 취급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예술은 굳이 대박이어야만 할 필요가 없다. 비록 쪽박일지언정 단 한 사람의 관객에게라도 영혼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서 만족스러울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다. 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감상을 하는 사람 모두 말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과연 한 푼의 예산이라도, 한 줄의 기사라도 우리들이 보다 진지한 애정을 가지고 행한 적이 있었는가를 잘 돌아보자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진지함이 있을 때 공연도시도 되고 문화관광도 가능해 질 것이다.

김성열 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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