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고급차들이 유독 국내에서는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저조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 이 같은 현상은 지역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와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60만대를 팔았다. 2008년 210만대에 비해 31%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주력 모델인 C클래스의 판매가 27.9% 줄었다. BMW도 11.1% 감소했다. 주력인 3시리즈와 5시리즈의 판매가 지난해 각각 16.3%, 13.0% 줄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5 판매대수도 23.7% 내려앉았다. 아우디도 지난해 94만9천여대를 판매해 전년(100만3천여대)보다 5.4% 줄었다. 특히 최고급 세단인 A8는 42%, A6는 10.8%가 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국내에서 8천915대를 팔아 2008년(7천230대)에 비해 판매량이 23.3% 증가했다. C클래스 판매는 8.9% 줄었지만 신형 모델이 잇따라 출시된 E클래스는 2008년 1천757대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천564대를 팔았다. BMW도 2008년 8천396대에서 2009년 9천652대로 판매량이 15% 신장했고, 아우디는 2008년 4천754대보다 40.2% 증가한 6천664대를 팔았다.
이 같은 추세는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수입차 판매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지난 1분기 동안 월 평균 50대 정도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어난 수준. 아우디의 경우 1분기에 80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가 245대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가량 판매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주력모델인 A6가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적으로 지난 1분기 메르세데스-벤츠는 3천947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1천536대에 비해 무려 157% 급상승하며 수입차 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 BMW도 1~3월 판매대수는 2천888대로 지난해(1천878대)보다 1천대 이상 늘어났다. 아우디 역시 주력인 A6 판매가 15.7% 증가하는 등 1천886대를 팔아 27.8%가 신장했다.
이처럼 독일 고급차들의 판매가 늘어나는 이유는 주소비층이 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전문직과 고소득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3천만~4천만원대의 수입차를 찾는 수요층에 비해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 또 일본차가 잦은 대규모 리콜로 인해 인식이 나빠지면서 독일 고급차로 유입되는 수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매 상승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라는 것.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독일차 판매는 늘어나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업체 간 제로섬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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