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첫 獨·伊 가곡집 소개합니다"…안동대 김영철 교수

고 김호룡 선생 작품 언론 첫 공개

1930년대 선친이 출간한 독일·이탈리아 가곡들을 담은 가곡집 공개하는 안동대 김영철 교수.
1930년대 선친이 출간한 독일·이탈리아 가곡들을 담은 가곡집 공개하는 안동대 김영철 교수.

1930년대 중반에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독·이 독창명곡집'(獨·伊 獨唱名曲集)이 발견돼 화제다.

이 명곡집은 악보 아래에다 저작권을 표시했으며 독문학 전문가의 번역과 체계적인 출간 홍보, 겉표지 가죽 제본 등 한국 음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음악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 명곡집이 발견되면서 책을 출간했던 김호룡(1904~1957) 선생의 삶과 예술, 독일어 가사 번역 등 작업에 참여한 이효상(1906~1989) 전 국회의장 등 대구 사람들의 음악 활동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연구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책은 14일 안동대 음악과 김영철 교수가 발견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김 교수는 '독·이 독창명곡집'을 펴낸 김호룡 선생의 아들로 정년 퇴임을 앞두고 선친의 업적을 알리고 음악사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개하게 됐다고 했다.

안동대 벨라보체 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김 교수는 "화가로만 알았던 선친께서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담은 명곡집을 출간하고 해방 이후에는 대구와 서울 등에서 음악교사로 활동하는 등 음악인으로서 발자취를 남겼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슈베르트의 '송어', 베토벤의 '이 캄캄한 무덤 속에' 등 40여곡의 독일·이탈리아 가곡들이 수록돼 있다. 중앙대 노동은 교수는 "김호룡씨는 일본 우에노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한 화가이면서도 음악학과를 수료한 음악인이었다"며 "1920, 30년대 테너 안기영(1929년 국내 최초 가곡집 발간) 선생 등 국내 최고의 음악인들과 함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현대 음악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던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노 교수는 '독·이 독창명곡집'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이탈리아 가곡집으로 악보와 가사번역 등 예술적·문헌적 전문성을 지녔으며 가죽 표지와 고급양장 제본 등 음악계 수준을 높이고 이효상 선생과의 공동작업 등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호룡 선생은 해방 이후에는 경성중·대구 대륜중·서울대 등에서 음악·미술 등을 가르쳤다. 대구 대륜중 재직시절 교가를 만들었으며 대구 계산성당 신축에 부지를 기부했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했다. 노동은 교수는 "'독·이 독창명곡집' 발견으로 김호룡 선생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연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올 가을쯤 책을 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