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보고는 軍의 생명이다

군 작전 지휘 최고 책임자인 합참의장이 천안함 침몰 상황을 사건 발생 49분 뒤에야 처음 보고 받았다고 한다. 합참이 청와대에 상황을 알리고 대통령이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시간보다 늦은 때다. 천안함의 다급한 보고에 속초함이 사고 해역으로 급파되고 해경에 구조 요청을 할 때 합참의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후 근 한 시간 가까이 군 최고 지휘부가 공백 상태에 빠진 셈이다.

어제 국회 국방위에서 국방부장관은 유승민 의원의 '전쟁이 나면 한 시간 뒤쯤 보고 받으실 겁니까'라는 질책에 '합참 지휘통제반장이 의장과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을 깜빡했다'고 실토했다. 그동안 합참의 해명이 거짓이었음이 들통난 것이다. 합참의장은 육해공 3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최고 지휘관이다. 최고 지휘관이 중대한 국가적 사건을 한참이나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보고 체계는 군의 생명이다. 군의 지휘 계통은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에서 출발한다. 함정 침몰 사건 보고는 깜빡하고 머뭇거릴 사안이 아니다. 보고를 깜빡했다니 초기 대응도 갈팡질팡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유 의원의 지적처럼 1시간이나 늦게 보고 받는다면 이미 상황은 끝이다. 보고 체계가 흔들린 탓인지 우리 공군은 천안함이 침몰하고 1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출동했다.

군사 작전에서 초기 상황 대응은 중요하다. 현대전은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된다. 신속한 보고는 그래서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 것이다. 군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존재다. 국민들은 군을 믿고 편안하게 잠을 잔다. 우리 군이 돌발 사건에 갈팡질팡한다면 국민은 불안하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우리 군의 지휘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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