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화가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미국 청년 제리는 그의 친한 친구 앙리의 약혼녀 리즈를 만나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진다. 이를 알게 된 앙리가 친구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뮤지컬영화 《파리의 미국인》(1951)은 춤과 노래가 주축을 이루던 뮤지컬의 전통을 혁신하며 모던하게 발레, 음악, 색채, 장치, 무용, 미술 등을 영상 속에 하나로 융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색채촬영상, 색채미술상, 뮤지컬음악상, 색채의상디자인상을 수상한 미국 뮤지컬영화의 명작이다. 특히 이 영화는 프랑스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배경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 독특한 장면들로 더욱 유명해졌는데, 이 화가가 바로 야수파운동에 가담했다가 입체파에 근거를 두면서 점차 독자적인 화풍을 이룩한 라울 뒤피(1877~1953)였다.
그 역시 처음에는 인상파 풍의 그림을 그리다가 1905년 마티스의 작품에서 강한 자극을 받고 야수파운동에 가담해 강한 선과 선명한 색채로 대담하게 단순화된 표현을 전개했다. 1908년부터 사진과 입체파의 경향에 이끌려 감화를 받았으나 1913년부터는 입체파에 근거를 두면서도 점차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해 나갔다.
1920년을 분기점으로 현저한 변화를 보이는데 그 해 뒤피는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방스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여기서 빛에 대해 개안하지 못했다면 나는 인상파나 야수파의 아류화가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빛이야말로 색채의 원천으로 빛이 없는 색채는 생명을 잃은 무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새로운 작업에 몰두했다. 특히 그의 수채화에서는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붓놀림에 의해 결정되는 시간이 작품에 투명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가장 소중한 구성요소가 됐다. 그의 수채화는 회화라기보다 하나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봐도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작품 〈기로 장식된 거리〉는 뒤피가 야수파의 일원이 돼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의 그림으로 기(旗)로 장식된 축제를 표현하고 있다. 모네나 고흐에 의해 열광적인 색채로 묘사됐던 주제의 형식과는 달리 단순화된 색채와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는 뒤피 특유의 경쾌한 선묘적 요소나 리드미컬함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어 야수파 경향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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