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5)해맑은 어린이 서점 '일미정 흑태찜'

힘차게 일할 수 있는 에너지 얻어요

이번 주는 대구시 북구 서변동에 위치한 일미정의 흑태찜이다. 중구 반월당 삼정코아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해맑은 어린이 서점'의 단골집이다. 단골집인데 위치로는 멀다. 해맑은 어린이 서점 황대성(35) 대표의 입맛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나이와는 다소 걸맞지 않게 토속적이고, 어머니가 해 준 음식 같은 집만 찾아다니는 황 대표는 7년 전 우연히 이집 흑태찜 맛을 보고 반해 이후 한달에 2, 3번꼴로 이 집을 찾고 있다.

이달 9일에도 직원, 점장들과 함께 회식 자리를 겸해 이곳에서 맛난 저녁을 먹었다. 식당 경력 30년, 이곳 일미정에서 10년째 흑태찜을 전문으로 해오고 있는 주인 이월계(62'여)씨는 어머니처럼 반갑게 아들뻘인 황 대표 일행을 맞이했다. 도대체 어떤 맛으로 해맑은 어린이 서점 식구들을 구워삼았는지 한번 파고들어 보자.

흑태찜 전문 일미정의 맛 비법 첫째는 삼일냉동에서 가져오는 싱싱한 흑태. 남태평양의 차고 깊은 바다에 사는 괴물같이 생긴 흑태가 삼일냉동을 통해 들어오면 이씨는 이를 잘 손질해 냉동실에 넣어둔다. 부위별로 나눠져 들어오지만 비늘을 떼고, 피를 빼내고, 솔질을 해 더 먹기 좋은 상태로 가공한다. 손님들의 탁자에 올라가는 주메뉴이기에 신선한 상태에서 영양이 파괴되지 않도록 손질하는 것이 생명. 자세한 손질 방법은 자신만의 노하우(Know-how)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둘째는 아무래도 양념이다. 이씨는 "고춧가루는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거친 상태에서 양념을 하는 등 직접 담아서 하고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며 "양념이 흑태와 어우러져 자연스레 맛이 배어나도록 한 뒤 싱싱하고 매운 청양고추를 넣어 맛깔나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파를 송송 썰어 충분히 넣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일. 이렇게 양념이 잘 밴 흑태찜 요리가 완성되면 그 위로 송이버섯이 올라가고 깨소금이 뿌려진다.

양도 넉넉한 편. 대짜가 3만5천원, 소짜가 2만5천원으로 대짜를 시키면 4, 5명이 먹어도 충분하다. 주인의 인심이 넉넉해 흑태찜 양을 조금 더 넣어주는 것도 일미정만의 미덕이다.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주는 호박죽과 직접 재배하고 담은 토속적인 반찬거리는 보너스로 생각하면 된다.

해맑은 어린이 서점 신명석(38'여) 실장은 "살이 찌지 않는 생선 지방의 함유가 많아서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라며 "어머니가 차려준 것 같은 밑반찬도 입맛을 더 살려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준형(33) 수성점장은 "아무래도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는 위에 부담이 덜하고 스테미나 바닷고기라 실컷 먹고 나면 다음날 힘이 솟는다"며 "회식 후 일주일은 힘차게 생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 가는 집"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일미정에서는 안내판을 걸어놓고 흑태에 관한 상식도 제공하고 있다. 흑태(Dissostichus eleginoides)는 메로와 같은 물고기로 농어목 남극암치과로 최대 몸길이 2m가 넘으며, 남태평양과 남극해의 수심 70~1,500m의 심해 한대수역에서 잡힌다. 양 턱의 이빨은 송곳니로 잘 발달돼 있다. 053)943-5661.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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