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유난히 미니멀(minimal)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 남춘모, 노병열, 박종규, 이교준, 정은주, 차계남 등 간결하고 절제된 형식의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그렇다. 그런데 의외로 서울을 제외하고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거의 없다. 돈이 되지 않는, 고난의 길을 자처하고 나선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미니멀을 추구하는 대구와 서울의 작가들이 주축이 된 전시 '인 사이드 아웃(In side out)-현대 미술을 들추어보다'전이 봉산문화회관과 석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린다.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현대 미술에 있어 큰 함의를 지닌 전시다. 미니멀한 작품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대 미술의 한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1970년대 중후반에 일어났던 대구 현대미술제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해외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먼저 소개하는 한국 미술사의 '사건'이었다. 대구 현대 미술의 진취적 맥락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대해 평론을 쓴 황인씨는 이번 전시 작가들에 대해 "자신을 3인칭의 입장에 놓고 조형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프레임을 주제로 삼는 작가"라고 소개한다. '냉정한 추상'의 개념이다.
박종규는 '노이즈'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제외시킨 잡음에 오히려 진실이 있지 않은지 사유한다. 차계남은 실을 염색해 선으로 만들어 면으로 축적시킨다. 수백 수천 장의 면을 겹쳐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독특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노병열은 물감이 나무를 통해 흘러내리게 하는 작업을 수십번 반복하면서 '시간과 흐름'의 문제에 주목한다. 김인겸은 단순하고 평면적인 미니멀한 조각으로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자현은 군더더기 없는 단순미를 담아낸 원 시리즈를, 이교준은 수직과 수평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인 박기원도 작품을 출품한다. 김택상은 물감의 번짐을 통해 의도치 않은 우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서울 국제 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하면서 '유기적 기하학' 작업을 하고 있는 홍승혜, 물질을 통해 비물질적인 차원을 추구하는 작가 장승택, 색과 면, 원근감을 집약해 보여주는 정은주, 조형의 기본요소인 점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천광엽, 공간 속에서의 획의 개념과 그 획들이 확장되어가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남춘모 등이 작품을 출품했다.
작가 이교준씨는 "미니멀한 것은 생활이든 미술이든 절제하다 보면 가장 원형적인 형태로 귀의하게 되는 미술적 형식이자 삶의 문제"라며 "이번 전시는 대구 밖의 작가들과 동등한 자리에서 현대 미술의 안과 밖을 모색해보는 의미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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