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다. 자회사의 영업 실적까지 모두 연결되는 새 회계기준에 따라 해외지점이나 자회사가 많은 지역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자산규모 1천억원 미만인 상장기업들은 새 회계 기준에 대한 정보 부족과 도입 비용 부담 등으로 대비가 늦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외형 커진다
주 재무제표로 연결재무제표가 사용되면 지분율이 50%를 넘는 자회사나 해외지점의 경영 결과가 실적으로 잡히게 된다. 이에 따라 자회사의 수나 실적에 따라 영업이익이나 매출이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된다.
납품을 위해 계열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지역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등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장부 상의 자산이 많아지는 셈이지만 외형 상 커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에스엘의 경우 IFRS가 도입되면 지난해 말 현재 매출은 기존 회계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5천473억원 늘어난 8천6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영업이익 규모도 148억원에서 263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인도에 있는 SL루막스와 북경삼립, 상해삼립, SL아메리카 등 해외 계열사 4곳의 실적이 재무제표에 연결되기 때문. 에스엘 관계자는 "지난해 5천만원을 들여 한영회계법인과 1차 컨설팅을 진행한데 이어 올 연말까지 9억원 가량을 투입해 새 회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준비 늦어
IFRS 의무도입 개시 시점은 반년 남짓 남았지만 소규모 상장 기업들의 발걸음은 아직 더딘 형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의 자산 규모 1천억원 미만 업체의 중소기업 598개사 가운데 33.9%가 아직 도입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IFRS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기까지 일반기업은 6~18개월, 금융회사는 8~21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은 상장기업 91곳 가운데 자산 규모가 1천억원 미만 기업이 54.9%인 50곳에 달할 정도여서 준비가 늦은 상당수 소기업이 IFRS 도입까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 대구지역 모 자동차부품업체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회계법인의 컨설팅을 거치는 등 본격적인 도입 준비에 나섰지만 아직 시스템을 구축할 업체 선정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분 조정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의 연결 여부나 시스템 구축시 고려할 점이 적지 않아 내부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며 "그래도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진척도가 보통은 된다"고 말했다.
◆관련 정보와 전문 인력 부족 호소
지역 기업들은 IFRS 세부적용지침이 모호하고 전문 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마련한 'IFRS 설명회'에는 기업 회계 담당자들이 몰려들어 정보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IFRS가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해외자본조달을 위한 추가적인 회계비용도 줄일 수 있지만 자회사 편입 기준이나 구체적인 세부 지침 등을 알지 못해 대비가 늦는 기업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법인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 회계기준은 앞으로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부채로 적립하도록 했고, 상당 부분에 세제혜택을 줬다. 그러나 IFRS는 현재에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만 일정액을 적립하도록 하기 때문에 부채 규모가 줄고 세금부담이 커지게 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은 부실 위험이 적은 탓에 적립금과 세제 혜택 규모가 동시에 줄어든다"며 "가계 대출이 많은 시중은행은 법인세 부담이 20~30%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국제회계기준)
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영국의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마련한 글로벌 회계기준. 현행 국내 회계기준이 개별회사의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한 규칙 중심의 회계처리인 반면, IFRS는 연결재무제표를 중심으로 종속회사와 부채, 유·무형자산, 투자 부동산까지 공정가치 평가라는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를 하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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