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와 함께] 재활용쓰레기 선별장

두눈 '부릅' 들추고, 찾고…악취 속에서 1초 여유없어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갈 수 없을 만큼 부피가 큰 쓰레기와 스티로폼 등은 사전 선별을 통해 손으로 골라내야 한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갈 수 없을 만큼 부피가 큰 쓰레기와 스티로폼 등은 사전 선별을 통해 손으로 골라내야 한다.
선별대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쇠갈고리를 이용해 쓰레기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줘야 한다.
선별대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쇠갈고리를 이용해 쓰레기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줘야 한다.
선별로 골라낸 스티로폼은 분쇄 과정을 거쳐 재활용된다.
선별로 골라낸 스티로폼은 분쇄 과정을 거쳐 재활용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쓰레기다. 쓰레기 없는 생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명하게 배출하고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95년부터 재활용률을 높이고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가 시작됐다. 15년이 지난 지금 분리수거는 잘 되고 있을까. 이번주 기자는 대구 북구 서변동에 있는 대구 남구청 재활용쓰레기선별장으로 갔다. 8개 구·군 가운데 남구를 선택한 것은 기자가 거주하는 지역이라 쓰레기 배출자 입장에서 직접 분리수거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재활용쓰레기 선별은 크게 사전 선별과 선별대 선별로 나뉘어진다. 사전 선별은 부피가 큰 쓰레기, 스티로폼, 비닐뭉치, 소형 가전제품 등을 쓰레기 더미에서 손으로 골라내는 작업이다. 사전 선별을 통과한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2층 선별대로 이동된다. 선별대에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 것을 종류별로 분류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파쇄, 압축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 업체에 판매된다.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는 매립장으로 보내지며 건전지, 형광등,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이 적용되는 비닐 등은 무상으로 전문처리업체에 넘겨 준다. 돈은 되지 않지만 건전지, 형광등, EPR 품목 처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는 이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기 때문.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에는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환경오염 유발 쓰레기를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사전 선별

사무실에서 선별 품목 및 절차에 대해 교육을 받은 뒤 쓰레기 집하장으로 갔다. 재활용 쓰레기를 압축하고 분쇄하는 기계 소리, 수시로 들락거리는 차량 때문에 집하장에서는 마스크·장갑·귀마개 착용이 필수다. 집하장에 들어서자 트럭 한대가 꼬리를 뒤로 빼고 실어온 재활용쓰레기를 붓고 있었다.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니 어마어마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가 10여m인 집하장의 천장 가까이까지 쓰레기가 차 있었다. 직원의 말을 빌면 많은 양이 아니라고 한다. 일요일에 쓰레기 수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월·화요일에는 천장까지 가득 찬다고 한다. 이곳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은 평균 11t에 이른다.

팔을 걷어붙이고 쓰레기 더미로 갔다. 엄청나게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보니 무엇을 골라내야 할지 막막했다. 눈에 먼저 띄는 스티로폼과 비닐뭉치부터 잡고 한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은 단순했다. 마스크를 끼고 있는 까닭에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도 도무지 쓰레기 양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치워도 치워도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 양 때문에 더 지치는 작업이었다. 한참을 옮긴 뒤 작업 장소를 옮겨 스티로폼 분쇄기 앞으로 갔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작은 칼로 스티로폼을 잘라 분쇄기에 넣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도 분쇄기 소음 때문에 알아채지 못했다. 등을 두드려 기자가 왔음을 알리고 일을 교대했다. 작은 칼은 스티로폼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떼거나 분쇄기에 들어가기 좋게 스티로폼을 자르는 용도로 사용한다. 어르신이 알려준 대로 테이프를 떼어낸 뒤 스티로폼을 분쇄기에 밀어 넣었다. 분쇄기 안으로 스티로폼이 들어가자 드르륵 드르륵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 큰 것이 손에 잡혔다. 칼로 흠집을 낸 뒤 반으로 잘라야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칼질을 몇번이나 한 뒤 양손으로 잡고 힘껏 당기자 스티로폼이 두동강 났다. 겨우 하나를 자르는 동안 분쇄기는 배고픈 짐승처럼 스티로폼을 달라는 듯 소리를 내며 계속 돌고 있었다.

2층 선별대로 올라가기 전에 쇠갈고리를 이용해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를 조금씩 끌어와 컨베이어 벨트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어른 키 두배 길이의 쇠갈고리 무게가 만만치 않아 아래위로 휘저으며 쓰레기를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무작정 컨베이어 벨트에 쓰레기를 옮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선별대에서 작업하기 좋게 컨베이어 벨트에 고루 펴서 쓰레기를 올려줘야 한다. 하지만 일이 손에 익지 않은 초보 일꾼이라 쓰레기는 듬성 듬성 무더기를 이루며 벨트에 올라갔다. 옆에 있던 한 직원이 빙그레 웃으며 고루 펴 줬다.

◆선별대 선별

선별대로 올라가니 여러 명의 직원들이 쉼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붙어 자기가 맡은 종류의 쓰레기를 부지런히 골라내고 있었다. 직원들 옆에는 EPR, PE, PET, PP, 종이, 병, 알루미늄캔, 요구르트통 등을 모으는 10여개의 분리함이 설치돼 있었다. 교육을 받을 때 PE함에는 샴푸·세제통, PP함에는 맥주·콜라·소주병 등을 넣는다고 들었지만 막상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PET 선별 작업을 맡았다.

쓰레기 더미를 들추자 악취가 물씬 올라왔다. 고추장, 참기름, 막걸리, 음식물 찌꺼기 등을 비우지 않고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이다. 재활용 쓰레기만 모았다고 해도 27% 정도는 활용을 못해 폐기한다고 한다.

컨베이어 벨트 작업은 1초도 쉴 여유가 없다. 파도 치듯 끊임없이 몰려드는 쓰레기에서 잠시만 눈을 떼면 자신이 분류해야 할 쓰레기를 흘려보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눈을 부릅뜨고 양손을 연신 놀리며 부지런히 생수·간장·식용유통 등을 골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맞은편에 있는 아줌마 직원을 보니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보지도 않고 휙 던지는 쓰레기가 분리함 속으로 쏙쏙 골인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손이 느린 기자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것까지 대신 골라줬다. 모두 경력 2~7년 이상 된 직원들이어서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계속 서서 한곳만 집중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까닭에 컨베이어 벨트 작업은 생각 이상으로 노동 강도가 셌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다리와 허리도 뻐근해졌다.

선별대 체험을 끝내고 기자의 주변을 보니 분리함에 들어가지 못한 통들이 수두룩했다. 말끔한 옆 직원의 자리 주변과 대조됐다. 잠시도 말을 붙일 여유가 없어 주위 직원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선별대에서 내려왔다. 기자체험 한다고 직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는지 걱정스러웠다.

◆착한 쓰레기 배출

남구 재활용쓰레기 선별장 직원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일한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20분씩 주어지는 휴식과 점심시간 1시간을 빼면 잠시도 쓰레기 곁을 떠날 수 없다. 주 5일 근무도 그림의 떡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까닭에 토요일에도 일해야 한다. 공휴일 개념도 없다. 특히 여름이 고역이다. 더위뿐 아니라 심해지는 악취와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3D 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남구 선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50대를 훌쩍 넘는다. 젊은 사람을 고용해 봤지만 모두 두세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다고 한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 주는 지름길은 시민들이 쓰레기 배출에 더 신경 쓰는 것이다.

재활용쓰레기 배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는 것이다.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넣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물질이 들어 있을 경우 재활용을 할 수 없다. 형광등, 건전지 등은 따로 배출해야 한다. 특히 형광등은 깨지면 수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환경오염까지 유발되므로 원형 그대로 배출해야 한다.

정해진 수거 장소가 아닌 후미진 곳에 쓰레기를 두거나 검은 비닐에 싸서 버리는 행위도 자제 대상이다. 검은 비닐을 사용할 경우 내용물이 보이지 않아 일일이 비닐 봉투를 열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요구르트통 같이 작은 것을 일일이 골라 내려면 품이 많이 간다.

최근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선별장을 방문하는 학생들은 많이 늘었지만 쓰레기 배출을 책임지는 어른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한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버리는 일이지만 우리는 흔히 이것을 망각하고 산다. 시간이 나면 선별장을 한번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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