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2일 구미 금오산 주차장에서 열린 선주원남동 벚꽃축제. 벌써 19회째를 맞는 전통 있는 행사지만 올해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천안함 사태로 행사가 축소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추운 날씨로 인해 벚꽃이 개화하지 않았기 때문. 행사 관계자는 "한달 전에 날짜를 잡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지난해 벚꽃 개화 시기와 올해 기상청이 발표한 개화 예상 시기를 확인하고 날짜를 잡았는데 이렇게 낭패를 봤다"고 허탈해했다.
# 올해 벽두부터 기상청은 시민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 적설량을 잘못 예측해 이를 믿었던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겼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새해 첫 출근일인 1월 4일 많아야 10㎝ 정도의 눈을 예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세배 가까운 눈폭탄이 내려 서울의 경우 거의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기상청은 애초 많은 곳은 10㎝ 이상의 눈이 오겠다고 예보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적설량 예보가 다른 예보에 비해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에게는 '오보청'이란 불신만 더해졌다.
기상청의 오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날씨가 하나의 경제 개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상예보는 이제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뜨고 있는 곳이 민간 기상업체다. 민간 기상업체들은 기상예보의 틈새시장을 개척해 기상청이 하기 힘든 국지적 예보와 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기업들도 기상예보를 경영에 최대한 활용하면서 '날씨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기상예보도 이젠 경쟁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상예보=기상청'이란 등식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날씨에 관한 한 기상청의 독점체제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래서 민간 기상업체가 기업이나 일반인들에게 기상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상산업진흥법이 개정됐다. 핵심은 기상예보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그동안 기업이나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만 예보를 제공하던 기상사업자들이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기상예보를 할 수 있게 됐다. '민간 기상청'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기상 분야도 경쟁체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좀 더 정확한 예보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 기상예보업체 수도 최근 크게 늘어 현재 케이웨더, 웨더아이 등 6곳 정도가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업체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민간 기상업체들은 기상청에서 다루기 힘든 세부적인 개별 맞춤식 기상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파노라마 예보'와 '라이프사이클 예보' 등을 주력상품으로 하고 있다. 파노라마 예보는 전국 30여개 지역에 대한 기상청과 자체 예보를 동시에 제공하고 기압이나 구름의 움직임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라이프사이클 예보는 하루를 6시간 간격으로 나눠 70여개 지역에 대한 기상예보를 하는 서비스로 기상청의 동네예보와 비슷한 개념이다. 케이웨더 홍국제 홍보팀장은 "일본에는 사과농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인 '애플웨더'도 있다. 민간 기상정보가 활성화돼 있는 선진국처럼 앞으로 더 세분화되고 개개인에 맞춰진 기상상품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민간 예보가 더 정확하다?
기상예보가 여러 곳에서 나오다 보니 각 기관 예보의 정확성을 비교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기상청의 예보가 수시로 빗나가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혹자는 기상청보다 오히려 민간업체에서 제공하는 예보가 더 낫다는 평가까지 한다. 한 기상업체는 지난 2월 5~22일 전국 32개 지역의 기상예보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오늘 예보의 경우 자사가 92.53%, 기상청이 92.01%로 나타났고 내일 예보에서도 자사가 91.15%, 기상청이 89.93%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일시적이라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업계에서는 해석했다. 최소한 1년 이상의 장기적인 비교가 이뤄져야 신뢰성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기상사업자들은 기상청과 별개의 데이터를 갖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원시자료나 대부분의 데이터는 기상청 산하 기상산업진흥원에서 구매해 자체 DB를 구축하고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의 유명한 기상사업자들로부터 일부 지원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민간 예보가 더 정확하다고 속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기상예보는 장비보다 분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구축돼 있어도 이를 잘못 분석하고 예측하면 예보가 틀리기 쉽다. 더욱이 기상청 분석은 최근 30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보를 하는데 요즘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이 같은 데이터가 먹혀들지 않을 때가 많다. 오보가 자주 나는 이유다.
외국에서는 이미 민간 기상업체 수준이 국가기관 못지 않을 정도로 올라섰다. 미국의 경우 대형 기상예보사업자가 자체 기상위성이나 기상안테나를 보유하고 자체 개발한 예보 모델도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상청이 민간업체들의 벚꽃 예보 정확성을 따라가지 못하자 아예 벚꽃 예보시스템을 민간에 이양해버렸다.
◆날씨 알아야 경영도 된다
날씨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비가 오면 백화점 매출이 10% 증가한다거나 폭염 기간에 맥주 출고량이 20~30% 증가한다는 조사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이 날씨가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자 기업들도 경영에 날씨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건설이나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기상정보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기상 상담과 컨설팅 등을 통해 민간 업체들로부터 기업에 최적화된 맞춤형 기상정보도 제공받고 있다. 케이웨더의 홍 팀장은 "건설업체의 경우는 각 지역의 기상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공사를 하고 있는 특정 구역에서의 기상예보와 바람, 강수 유무 등 세세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의 날씨경영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자동차사고 줄이기 캠페인의 하나로 고객들에게 날씨 SMS서비스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7개월간의 서비스를 통해 사고율을 10.7% 감소시키는 효과를 봤다. STX조선은 작업장에 맞춤형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도장이나 용접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그 결과 연간 47억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WMO(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기상 정보는 투자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 기상청 기상산업과 신도식 과장은 "기상정보의 활용가치는 연 3조5천억~6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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