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아래 발과 발톱의 패션시대가 활짝 열렸다.'
발 하면 떠올랐던 이미지가 대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예로부터 뛰고 고생하는 상징으로 인식되다 보니 '더럽고 냄새나는 발' '굳은살이 박히고 못 생긴 발' '신체의 가장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곳' 등 음지에서 신체를 지탱해주는 이미지를 자연스레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발이 호강하는 시대가 왔다. 발 마사지, 각질 제거 등 발 부위에만 한번에 몇 만원씩 투자하는 대접받는 신체 부위로 급부상한 것. 발목에도 적게는 5만~10만원, 많게는 30만~50만원까지 하는 발찌가 걸린다.
'발톱의 때만도 못한 놈'도 옛말이다. 발톱은 더 이상 신체의 하찮은 부분이 아니다. 봄의 초입부터 쌀쌀한 초겨울까지 분홍, 연두, 보라 등 다채로운 색상의 페디큐어(발톱에 바르는 매니큐어)로 장식된다. 패션을 완성하는 한 부분으로 햇빛 아래 환하게 드러나는 삶은 살고 있는 것. 대구 도심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 등 곳곳에 들어선 네일 아트 전문점에 가서 1만5천원이면 발톱은 새롭게 디자인될 수 있다.
'손과 손톱'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발과 발톱'의 세계를 탐험해보자.
◆올 봄은 글래디에이터, 화이트 골드 발찌 유행
'글래디에이터'. 고대 로마 검투사를 이르는 말이지만 여성들 사이에는 다른 의미다. 검투사들이 신는 나무 줄기나 끈 같은 소재로 만든 신발을 창조적으로 변형해 만들어 최근 유행하는 여성용 슈즈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유명 연예인들이 앞다퉈 신으면서 올 상반기 대유행을 예고했다.
탤런트 윤은혜가 올 2월 한 행사장에 검은색 레깅스에 글래디에이터 슈즈를 신고 나와 한껏 멋을 냈으며, 배우 최강희가 지난해 11월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장에 검은색 롱 드레스에 골드 글래디에이터 슈즈를 신고 나와 발쪽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결정타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떠오른 신예 스타 신세경이 CF 촬영 때 신은 실버 글래디에이터. 패션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슈콤마 보니(Suecomma bonnie) 김경한 판매 담당자는 "올봄에는 글래디에이터 신발들이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천연 컬러에 킬힐(10㎝ 이상의 높은 굽 슈즈)을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가격대는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만난 최우해(23·여·소니아 리키엘 판매원)씨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주 고가의 슈즈는 사지 못하지만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발 아래 패션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정윤경(30·여·시세이도 화장품 판매원)씨는 "발 패션도 중요하지만 발이 건강해야 하기 때문에 발 마사지나 각질 제거 등 발 관리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발찌도 대세. 양말을 신지 않고 낮은 굽의 구두나 신발을 신을 때 발찌를 하나 차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더해준다. 젊은층에겐 발찌 서너개쯤이 기본 액세서리에 포함된다. 롯데백화점 '바리찌' 송연정 판매 담당자는 "14K, 18K 화이트 골드 발찌류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으며 달, 왕관, 장미 등 포인트를 주는 발찌들이 선호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발톱, 파스텔톤 색과 꽃무늬가 인기
"먼저 발톱을 깨끗이 손질하고 난 다음, 분홍색 파스텔톤 배경에 장미꽃을 하나 그릴게요."
발과 발톱이 못생겨도 숨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됐다. 한 달에 10여만원을 투자하면 네일 아트숍에서 발마사지부터 발을 예쁘게 꾸미는 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관심하게 방치하며 숨기고 사는 것보다 당당히 드러내며 고쳐가는 것이 좋은 방법. 이 때문에 발과 발톱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효과적이다.
13일 대구 수성구 동일하이빌상가 내 한 네일 아트 전문점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많은 손님들이 발 마사지와 발톱 손질을 받고 있었다. 고객들은 마치 공주가 된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1만5천원만 내면 손질부터 꾸미기까지 한 시간 이내에 손톱과 발톱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발톱 손질을 받고 있던 김하연(30·여·대학강사)씨는 "4, 5년 전부터 발과 발톱을 전문가에게 맡겨 관리하고 있는데 예뻐지는 것 이상으로 자기 만족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발톱 하나만 보더라도 자신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아름답고 당당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영주(28·여·프리랜서)씨도 "마시지, 각질 제거, 왁싱은 기본이고 해마다 유행하는 발톱 아트도 꼭 해 보는 편"이라며 "발에 매월 10만~15만원을 투자할 만하다"고 했다.
이 전문점의 김희주(32) 원장은 "올해는 분홍, 연두, 하늘색 등 파스텔톤 색상들을 많이 찾고 있으며 해바라기, 장미 등을 엄지 발톱에 많이 그려넣는다"며 "특히 젊은 커리어우먼들은 킬힐을 한번씩 신기 때문에 발 마사지가 필수적이며 슈즈에 맞는 발톱 장식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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