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공기 이·착륙 '魔의 13분'…대구공항 공군 관제탑

하루 수백번 초긴장·안도 되풀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운항관제대 관제사들이 항공기의 이·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운항관제대 관제사들이 항공기의 이·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request push back start engine (항공기 조종사)"

"push back start engine approve(관제사)"

'알파, 브라보'. '칙칙' 대는 무전기에선 연방 알 수 없는 용어가 새 나온다. 둥근 원이 겹겹이 쳐진 레이더 장치도 눈에 띈다. 푸른 제복의 한 사나이는 유원지 전망대에나 있을 법한 대형 쌍안경을 이리저리 돌려 댄다. 항공기 외장기기의 이상 유무를 살피기 위해서다. 이내 대구국제공항 주기장(비행기 대기장)에 멈춰있던 항공기가 서서히 움직인다. 관제탑의 이륙 허가가 떨어진 것. 엔진 작동에서 활주로 진입, 이륙까지 모든 항공기 운항 과정이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뤄진다. 곧게 뻗은 활주로에 천천히 미끄러지던 비행기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사뿐히 날아오른다. 무전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조종사의 말 한마디. '땡큐'. 팽팽한 긴장이 감돌던 관제탑안에선 그제야 안도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마의 13분. 항공기 운항 중에 가장 위험한 순간인 '이륙 후 5분'과 '착륙 전 8분'을 일컫는 말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마의 13분'을 경험하는 이들. 14일 오전 하늘의 지휘관인 공군 제 11전투비행단(이하 11전비) 운항관제대 관제사들을 만났다.

◆관제탑에 올라보니

15일 오전 11시 50분 11전비 관제탑. 지상 30m 높이에 등대처럼 우뚝 솟은 관제탑안에는 크고 작은 모니터가 45㎡ 남짓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는 끝없이 뻗은 활주로와 군사 시설이 보였다. 가끔씩 폭음을 내며 화살처럼 날아오르는 전투기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대구공항 관제업무를 공군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현역군인이다. 17명이 교대 근무로 365일 24시간 관제 업무를 보고 있다.

11전비 운항관제대가 수행하고 있는 관제 업무는 크게 두 분야. 비행장 관제 업무(TOWER)와 레이더접근 관제업무(RAPCON)다. 비행장 관제업무는 비행장 근접지역의 항공운항을 관제하는 것이다. 이륙, 착륙, 통과항공기에 대한 관제와 지상 활주로에 대한 통제가 주된 업무다. 레이더접근관제업무는 비행장 관제업무보다 관제범위 고도 및 거리가 훨씬 더 넓다. 비행장 접근을 위해 먼 거리에서 착륙할 예정인 항공기나, 이륙한 후 목적항로 또는 훈련공역에 입항하기 전까지의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다.

김혜수(48) 관제탑장은 "대구에서 이·착륙하는 모든 민·군항공기와 대구 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에 대한 관제 업무를 맡고 있다"며 "반경 5마일, 고도 4천피트안에 날아다니는 물체가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각종 첨단 장비도 동원된다.

관제탑에 배치된 좌석마다 첨단 기기로 도배돼 있다. ▷활주로 이·착륙을 담당하는 국지관제석 ▷유도로에서 지상이동을 담당하는 지상관제석 ▷출발예정 항공기에 이륙절차, 고도, 항로, 항공기 식별번호 등을 발부하는 허가 중계석 ▷타 관제 시설과의 협의 및 비정상 상황을 지원하는 협조석 ▷각종 비행정보를 관리하는 비행정보석 ▷전반적인 업무감독을 담당하는 감독석 등 한치의 오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첨단 장비가 베테랑 관제사들을 돕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보안사항이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없다. 관제탑이 11전비와 대구공항의 심장인 까닭이다.

◆관제사가 되려면?

수백명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직업인 만큼 관제사가 되기도, 관제사 직분을 유지하기도 만만찮다.

우선 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11전비 관제사의 경우 민항기와 군용기를 모두 관제하기 때문에 민군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두루 갖춰야 한다.

특히 관제사가 되더라도 능숙하게 관제업무를 할 수 있기까지는 5년 이상의 숙달 기간이 필요하다. 또 연 1회 열리는 관제사 경연대회에서 기량을 점검받아야 한다. 3년 주기로 영어 능력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이 외에도 관제이론과 실기를 수시로 평가,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등 자격 유지가 매우 까다롭다.

27년 경력의 베테랑 심용주(원사) 선임관제사는 "관제사는 항공기 안전에 직결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최선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격을 미리 갖춰야 관제사로서 첫걸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군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운항관제특기를 부여받으면, 군 복무를 하면서 관제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들을 차례로 취득할 수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관제사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항공기의 운항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심리적인 중압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정호식(상사) 관제사는 "업무가 긴장감의 연속이다 보니 만성 소화불량을 달고 살기 마련이다. 적당히 긴장감을 즐길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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