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객도 없다… 택시도 없다… 승강장만 있다

택시승강장이 승객 수요 고려나 의견수렴 없이 세워지는 바람에 제기능을 상실했다. 동구 청구네거리 인근 택시승강장(사진 위)은 승객과 택시가 없고 중구 공평동 2·28공원 입구(사진 아래)에는 승강장이 없는데도 택시들이 줄지어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택시승강장이 승객 수요 고려나 의견수렴 없이 세워지는 바람에 제기능을 상실했다. 동구 청구네거리 인근 택시승강장(사진 위)은 승객과 택시가 없고 중구 공평동 2·28공원 입구(사진 아래)에는 승강장이 없는데도 택시들이 줄지어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7일 오후 대구 청구네거리 주변 택시 승강장. 승객도 없고 택시도 없다. 20여분이 지나도록 승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멀찌감치 떨어진 버스 승강장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승객만 있을 뿐이다. 서구 비산동 서부시장 입구 맞은편 택시 승강장도 마찬가지였다. 그을음 묻은 택시 승강장 안내판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대구 택시 승강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승객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세워진 탓에 승강장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고, 오히려 교통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

대구 도심 택시 승강장은 모두 99곳이지만 동대구역, 시외버스 터미널 등 승객이 몰리는 몇몇 승강장을 제외하곤 대분분이 기능을 상실했다. 택시 승객 수요와 택시 기사들의 의견수렴을 배제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승강장을 건립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황모씨는 "승강장을 만들기에 앞서 기사들과 협의부터 거쳐야 하는데 무턱대고 세운 결과"라며 "넉넉한 여유 공간이 있는데만 골라 승강장을 만들다보니 기사와 승객이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엉뚱한 곳에 서 있는 택시 승강장은 교통 혼잡까지 부추기고 있다. 정작 있어야 할 곳에는 택시 승강장이 없어 택시 불법정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특히 2·28중앙공원 버스 정류장은 버스와 승객이 뒤엉키기 일쑤다. 인도쪽 한 차선을 택시가 점령해 버스는 도로 중간쯤에 멈춰서야 한다. 이때문에 시민들은 버스에 오르느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반면 길 건너편 택시 승강장은 텅텅 비어 있다.

대백프라자 건너편 도로 역시 줄지어 서 있는 택시와 신천대로로 우회전 하려는 차량이 뒤섞여 연일 교통 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동아쇼핑 앞에도 일부 얌체 택시들이 택시 승강장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바람에 약전골목과 종로 골목에서 쏟아지는 차량과 마찰을 빚기 일쑤다.

택시기사들도 곤욕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57)씨는 "택시 승강장이 목 좋은 곳과는 동떨어져 있어 지하철 역 주변 등 승객이 몰리는 곳에 불법 정차를 하면서 승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단속에 걸려 하루 수입을 고스란히 벌금으로 내는 날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택시 승강장은 대구법인택시 조합이 한 광고회사에 위탁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교통 흐름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은 곳 위주로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택시업 성격상 택시 승강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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