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잃어버린 봄, 시름하는 農心…경북 피해 65%

3월 일조량 작년보다 103시간 줄고 4월 영하권까지…피해면적 5,490

고령군 우곡면 봉산리에서 한 농민이 모종을 다시 하기 위해 수박 열매가 달리지 않은 덩굴을 걷어내고 있다. 최재수기자
고령군 우곡면 봉산리에서 한 농민이 모종을 다시 하기 위해 수박 열매가 달리지 않은 덩굴을 걷어내고 있다. 최재수기자

봄이 실종되다시피한 저온 현상 및 일조량 부족에다 꽃매미와 같은 해충, 구제역 영향 등으로 경북지역 농민들의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았지만 낮은 기온에다 꽃매미 영향으로 농작물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구제역까지 겹쳐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일조량은 263.3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7시간이나 줄었다. 올봄 이상 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지역 시설원예 면적은 5천490ha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 면적 8천357ha의 65.7%에 이르는 수치이다. 이에 따라 수박 참외 딸기 오이 멜론 등 과일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30~40%씩 떨어졌다.

이상 기온에다 때 아닌 눈까지 내려 경북지역 농가들은 냉해 피해까지 걱정하고 있다. 자두 200ha와 조생종 복숭아 100ha 등을 재배하고 있는 경산 와촌·압량·남산 등지 농가는 이달 15일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해 만개한 꽃이 냉해를 입지 않았을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냉해를 입으면 결실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일나무의 성장을 저해하는 외래 해충 꽃매미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퇴치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서 건너온 꽃매미는 과일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어 나무를 말라죽게 하거나 많은 양의 분비물 배설로 그을음병을 유발해 과실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해충이다. 올 들어 경북지역 꽃매미 발생 면적은 4천628ha로 전국 발생면적 8천378ha의 55.2%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도내 꽃매미 발생 면적을 시·군별로 살펴보면 영천 2천325ha, 경산 1천647ha, 상주 283ha, 의성 198ha 등이다.

지역 축산농가들은 강화군에서 발생한 구제역 영향으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비 부진으로 돼지·소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용대 양돈협회 영천지부장은 "나들이를 많이 하는 봄에는 수요 증가로 통상 돼지 가격이 상승하지만 올해엔 구제역 영향으로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농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 기후로 인한 작물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 농민들은 이 같은 피해가 특정작물이나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지역 농민들은 "참외농가는 꽃이 제때 피지 않거나 생육시기가 지연되고 있고 토마토농가는 제대로 익지 않거나 색이 제대로 나지 않는 등 수확률이 떨어지는가 하면 오이농가 역시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정부와 정치권은 일조량 부족에 따른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할지를 놓고 '검토 중'이라고만 하는데, 피해 현장을 한번이라도 둘러봤다면 이처럼 안일하게 검토 타령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어업재해대책심의회는 조만간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업재해 인정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경북도 이태암 농수산국장은 "농업재해로 인정되면 피해 정도에 따라 농약비용과 모종을 다시 하는데 따른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곤·황재성·김성우·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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