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주고 골프 회원권을 살 필요가 없어요. 시설 좋은 대중제 골프장이 많기 때문이죠. 할인혜택도 아주 많습니다."
최근 골프에 입문한 회사원 김모(40)씨는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려던 생각을 바꿨다. 대신 김씨가 선택한 것은 대중제 골프장이다. 예약이 비교적 쉬운 데다 혜택도 쏠쏠하고 할인 등 이벤트도 많다.
회원제 부럽지 않은 대중제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이 앞다퉈 '로열티 마케팅'을 펼치면서 단골 이용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회원제 골프장도 대중제 골프장에 맞서 수성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골프장 회원제-대중제 팽팽
골프장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골프장간의 무한 경쟁이다. 사실 골프장이 적은 시절에는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골퍼들로 넘쳐나다 보니 굳이 골프장을 알릴 필요도, 손님들을 모셔 오려고 애쓸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골프장들이 골퍼들을 모시기 위한 치열한 홍보·마케팅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중화에 힘입어 골프장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경북지역 골프장은 36곳에 달한다. 이중 회원제는 17곳, 대중제가 17곳, 6홀 및 8홀 규모의 간이 골프장이 2곳이다. 건설 중인 곳도 14곳에 달한다. 이중 회원제가 7곳이고 대중제가 7곳이다.
이처럼 골프장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생겨난 가장 큰 특징이 대중화다. 대중제 골프장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골프장마다 이벤트와 서비스를 통해 회원을 유지하거나 일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대중제 골프장 증가세를 선진국의 골프 문화 정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중제와 회원제 골프장 비중이 7대 3으로 대중제가 압도적으로 높다.
◆불붙은 마케팅 경쟁
수년 전만 해도 신설 골프장은 대부분 회원제였다. 골프장들은 회원들을 모집해 골프장 건설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원제가 지고 대중제가 뜨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개장 골프장 전망에서도 대중제 32곳, 회원제 25곳으로 대중제가 회원제를 앞질렀다.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도 늘고 있다. 지난해 경북지역 회원제 골프장 17곳을 찾은 이용객은 178만여명이었고, 대중제 골프장 이용객은 128만여명이었다.
홀 당 내장객을 보면 대중제 골프장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경북지역 대중제 골프장의 홀 당 평균 내장객은 회원제에 비해 167명 많았다.
대중제 골프장들은 회원들이 없는 탓에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이다. '로열티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회원들이 없는 대신 충성도 높은 골퍼를 꾸준히 발굴하고 이들에게서 충성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한맥CC&노블리아는 월요일마다 '여성의 날'과 '경로우대의 날'행사를 갖고 그린피를 2만~3만원 할인해준다. 주중 10만원인 그린피가 7만~8만원으로 낮아진다. 또 이 골프장은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서양 잔디로 조성돼 사계절 푸른 잔디 위에서 라운딩이 가능해 인기가 높다. 이 골프장 최영철 운영팀장은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에 비해 예약이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들은 회원들만을 위한 고급 마케팅으로 대중제에 맞불을 놓고 있다.
오션힐스 청도골프클럽은 청도와 포항에 두 곳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어 회원권으로 두 곳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대중제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에서 회원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코스와 시설을 고급스럽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넘쳐나는 공급 문제없나
경북지역은 골프장이 공급과잉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말 현재 경북지역 골프장은 9개 도 가운데 경기, 제주, 강원에 이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007년 25곳이었던 골프장은 2008년 32곳, 2009년 36곳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경북지역의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공사 중인 골프장만 14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세금 감면을 목적으로 2008년 10월 조세특례제한법이 시행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린피에 붙는 농어촌특별세와 교육세 등 총 3만~4만원의 세금 감면으로 대중제 골프장 이점이 사라진 탓이다.
지역 대중제 골프장 관계자들은 "대중제 골프장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제 골프장 이용료 격차가 유지될 수 있는 대책마련이 급하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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