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재복은 강경보의 시를 두고 '관계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자연의 말과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언어들이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재기 발랄하게 읽힌다. '상처가 늘 가장 그리운 사람의 마음을 닮아 곪아 터진다는 것을/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한참 후에 알았다'('욕창' 중에서).
그런가 하면 '우주물고기'의 발상은 유쾌하다. 미래의 어느 때에는 집이 달 옆에 있고 지구의 일터로부터 귀가하는 일이 그냥 눈 한번 쓱 감았다 뜨면 될 거라고 상상한다. 별과 별 사이에 빛의 길이 나고 택시는 허공을 날며 손님들을 태운다. 사랑의 말도 한 번의 눈빛이면 되고 이별도 백만 광년 먼 별장에서 보내는 순간의 텔레파시면 족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한 미래가 현실이 되는 때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남는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것은 마음에서만 사는 아득한 것들에 대한 것이다. 이 시집은 마음의 아득한 그리움에 대한 시들이 주를 이룬다.
'마음이 몸 밖에 있으면 다 날아가지? 사랑은 에너지가 아니지?' 여섯 살 아이가 던지는 사랑에 대한 질문은 시인에겐 곧 화두가 된다. 마음과 몸의 핵인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을 읽을 수 있다. 143쪽, 8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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