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로 지역 건축사무소들이 일거리가 없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상당수 건축사무소들은 개점휴업 상태이며, 생존을 위해 출혈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상태다.
대구시건축사회에 따르면 대구에서 1년 동안 원룸건물을 포함해 건축설계를 1건밖에 하지 못한 건축사가 200명에 이른다는 것. 대구에서 활동 중인 건축사는 총 640여명(회원 576명, 비회원 60여명)이니, 3명 중 1명 이상이 한 해 동안 1건 정도의 건축설계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직원 4명을 두고 있는 A건축사무소 대표는 "일거리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품질보다는 값싼 설계비를 원하는 건축주와 이에 편승한 건축사들의 저가 경쟁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상업용 건물의 경우 설계비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3.3㎡당 8만~10만원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4만원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설계 수주 건수는 2건에 불과해 적자를 면치 못했으며,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직원 월급을 줘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1건의 설계를 수주했다는 B건축사무소 대표는 "대구에서 대형 건물이 많이 줄어든데다 이마저 역외 대형건축사무소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며 "중소 건축사무소들이 의뢰받는 설계는 대부분 소형 건물로 1건을 수주해봐야 1천만원 안팎이다"고 전했다.
대부분 건축사무소들은 2, 3년 전에 비해 일감이 50~60% 정도 줄어 직원 수나 급여,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등의 자구책으로 연명하고 있다.
C건축사무소 대표는 "건축사 혼자 운영하는 사무소가 절반에 이르며, 일부 건축사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공동 사무소를 쓰기도 한다"며 "사무소를 접고 아르바이트설계나 학교 강의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고, 아예 보험영업이나 시행사업에 뛰어드는 동료들도 있다"고 했다.
이택붕 대구시건축사회 회장은 "건축사들이 전문직 종사자로서 최소한의 품위조차 유지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특히 역내 대형 건축물 설계의 경우 역외 대형 건축사무소들이 설계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는데, 지방의 건축사무소 존립을 위해서는 설계분야에도 시공분야의 지역제한 입찰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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