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구미의 항구만들기

지난달 5일 대구시청을 방문,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다소 이색적인 주문을 했다. "대구는 '내륙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 이 대통령은 "1시간 거리인 포항을 대구의 항만으로 생각해야 한다. '분지적 사고'에 매몰되면 발전이 없다"며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도시의 발전은 접근성이 얼마나 좋으냐에 달려 있다. 공항이 없는 대구, 항구가 없는 대구가 어디서 발전 전략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대통령이 제공한 것이다. 공항의 경우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밀양으로 제2허브공항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의 몽니와 수도권의 인천공항 거점화 전략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지혜를 모은다면 큰 어려움 없이 대구경북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국제공항이 탄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항구 차례. 대구가 수출입을 위해 이용하는 바다는 부산항이 거의 전부이다. 이는 전국 최대 전자산업기지가 있는 구미도 마찬가지. 두 지역 물동량의 95% 정도가 부산항을 통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국비, 지방비, 민자를 합쳐 11년간 1조 9천400여억 원을 들여 지난해 9월 준공한 영일만신항이 있다. 동해안시대를 열고, 본격적인 대구경북의 수출입항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신항을 건설하기 위해 대구경북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정부 건의를 했고 어렵게 예산을 따냈으며 민자를 유치했다. 처리능력은 연간 51만 5천TEU(1TEU=컨테이너 1개)로 국내 6위 규모이다. 그런 항만이 지금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물량이 없어 컨테이너를 옮겨야 할 대형 크레인이 놀고 있다.

2010년을 기준 할 때 대구경북지역 수출입 물동량은 100만TEU. 이 중 3분의 1 정도를 영일만신항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3월 말 현재 처리 실적은 0.50%인 500TEU에 불과하다. 대구경북 물량 가운데 74% 정도는 영일만신항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동남아, 중국, 일본 및 극동아시아, 호주와 거래하는 것들이다.

대구경북이 영일만신항을 이용할 때 장점은 타 항만에 비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기준 했을 때 부산신항과 대비하면 대구서는 7만 7천 원, 구미서는 8만 5천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이런데도 대구경북의 관문인 영일만항이 대구경북의 외면을 받는 것은 선사(船社) 및 화주(貨主'포워더)들의 외면 때문. 화주들은 포항에선 선편이 충분치 않다고 한다. 제시간에, 원하는 목적지에 물건을 보내고 싶은데 영일만항은 이게 잘 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다 부산은 거의 전 세계를 커버하지만 포항은 러시아, 중국, 일본에 국한돼 있다.

선박회사로서도 부산과 포항을 오르내리는 데 최소한 하루가 더 걸린다. 선적기간이 비교적 긴 미주나 유럽 노선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짧은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은 이 기간이 비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운임을 더 주거나 물량을 많이 몰아주면 오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먼저 포항시가 선사 및 화주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물량 확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회성의 유치 이벤트보다는 지속적인 기업 구애 전략을 마련하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동참하는 것은 필수. 한동안 갈등관계였던 양 광역단체를 형제간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 김범일 시장과 김관용 지사이다. 두 광역단체장은 경제통합을 선언하면서 각종 국책사업 유치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노력을 '대구'구미의 항구 만들기'에도 기울여야 한다.

포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인 영일만신항㈜의 발상을 전환하는 기업 유치 전략 마련 및 홍보도 필요하다.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기존의 한계를 과감히 벗어던질 때 선사나 화주는 반응하게 돼 있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대구'구미는 항구를 갖고 포항은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