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기업 겨우 잡아놨더니 땅이 없어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올 초 멤브레인(분리막) 공장 증설에 따라 충남 천안으로 떠나려 했던 경산에 소재한 ㈜코오롱의 얘기(본지 1월 19일자 1면 보도)다.
1995년 경산공장에서 정수기용 분리막 생산을 시작한 코오롱그룹은 미래의 노다지 산업으로 뜨고 있는 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말 충남 천안에 멤브레인 제조 공장 증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물 산업을 대구경북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던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의 '레이더'에 걸려 코오롱은 경산 투자로 방향을 바꿨다. 대구경북의 강력한 물 산업 정책이 떠날 기업을 잡은 것이다.
그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코오롱은 여태 공장 지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돈이 없어서? 아니다. 땅이 없어서다. 코오롱그룹이 글로벌 물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인 코오롱환경서비스㈜ 이병호 수처리기술팀장은 "대구경북이 물 산업 육성을 위해 코오롱 같은 국내 대표 물 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었다가 낭패를 보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구경북이 물 산업 광역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지역 기업인 코오롱이 지역에 투자할 경우 대구경북과 코오롱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해서 본사까지 설득했다"며 "특히 코오롱 경산공장에서 가까운 진량2산업단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5만㎡ 규모의 공장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 방향을 선회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분히 있다던 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3개월 동안 기다리기만 했다.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와 경상북도의 약속과 달리 진량2산단에는 남은 땅이 없었어요. 분양받은 업체가 땅을 반납하거나, 인근 진량3단지가 완공되는 2013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말만 들었지요. 하지만 기업에게 시간은 엄청난 돈입니다. 요즘 본사에서 '뭐하고 있느냐'며 성화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가슴앓이만 하고 있어요."
이 팀장은 "요즘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유치에 목을 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대구경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김성경 경제과학진흥국장은 "1월에 진량2산단의 분양이 끝나는 바람에 코오롱 측이 원하는 부지 공급에 차질이 있었지만 이른 시일에 코오롱에 우선적으로 5만㎡의 땅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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