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는단다 사막이 몰려온단다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 지중해, 겁도 없이 지중해 꽃집 간판 걸었단다 대양으로 나가는 희망의 항구 지브롤터는 여기서 멀단다
어제는 고래의 장례식 오늘은 외눈박이 가자미 결혼식, 꽃 배달 어디든 간단다 꽃집아가씨 꽃 다듬는 전지(剪枝)소리 바쁘단다 애인도 없단다
과수원 밀어내고 들어선 아파트 바다
그 끄트머리 바다 아닌 바다 지중해
그 꽃집, 날마다 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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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꽃집은 날마다 지중해입니다. "아파트 바다/ 그 끄트머리 바다 아닌 바다"에 있으니,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 지중해" 맞습니다. 그 꽃집은 "희망의 항구 지브롤터"로부터 멀고 멀어, 빙하가 녹는 지구 온난화나 사막화 현상 같은 심각한 환경 문제들도 다만 소문으로만 전해질 뿐입니다.
꽃집아가씨는 노래가사처럼 당연히 예쁠 테지만, "애인도 없이" "어제는 고래의 장례식 오늘은 외눈박이 가자미 결혼식"에 꽃배달 나가느라 전지(剪枝)소리만 바쁘답니다. 시인은 굳이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 다만 '~한단다'라는 간접화법만으로, 소문처럼 떠도는 지중해꽃집의 잔잔한 쓸쓸함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들 일상의, 나아가 생의 부박(浮薄)함을 담담하면서도 처연하고 아름답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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