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런 교육감을 원한다

3월 중순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가 대구 하늘을 뿌옇게 만들었다. 앞으로 이런 바람이 또 불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바람은 잠시 지나가는 회오리바람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선거(2010.6.2) 바람이다. 이 바람은 4년마다 주기적으로 불어온다. 이 바람을 더욱 풀무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은 우리나라를 지상 천국으로, 입으로만 유토피아로 만들고 있다. 이 분들은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능력보다 나은 줄 안다. 하느님은 죽어서 천당에 보낸다고 하는데 이 분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천당에 보내려고 덤빈다. 우리는 많은 말로 입을 키우지 말고 행동으로 손발을 키워야 한다. 너무 거창하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매니페스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40여년간 교육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특히 교육감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 대구시 교육감이 되어야 하느냐이다.

교육이란 학생이 자기의 관심과 재능을 찾도록 도와주는 일이고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폭 넓은 경험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교육감이다. 창조적인 지식,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기술, 타인을 배려하는 봉사정신, 건전한 심신을 소유한 사람이 교육감이 되어서 대구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성공할 수 있는 교육감은 보는 눈이 달라야 하고 듣는 귀가 달라야 하며 말하는 입이 달라야 한다. 또한 실천하는 팔다리가 달라야 하고 뛰는 가슴의 열정이 달라야 한다. 이 세상에는 실천처럼 강한 설득력이 없고 본보기처럼 강한 영향력이 없다. 스스로 솔선수범할 만한 적극성과 열성과 용기가 없는 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내가 모신 교육감 중에는 이런 분이 계셨다. 이분은 하루 24시간이 짧다 하였다. 학력 신장을 위해서 밤늦은 시간까지 각 학교를 순회 지도하며 격려하였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연습장을 찾아나서 일일이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특히 이분의 말씀 중 아직도 귀에 쟁쟁한 하나는 '럭비부 학생들이 비가 오는데도 비를 맞으며 시합하는 것을 보니까 가슴이 뭉클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라'란 말씀이다. 그리고 민방위복을 입고 각 선수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과학입국을 위한 영재 교육, 기술인 양성을 위한 기능경기 대회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한 것이 없었다. 심지어 너무 바빠서 손톱 깎을 시간도 없다고 하셨다. 오랜 세월이 지날수록 이분의 열정과 청렴결백함, 원칙과 실천을 위한 강한 추진력은 모든 교육 동지들이 아직도 공감하고 있다. 항상 기초에 충실하기 위해서 노력하셨고 원칙과 소신이 확실하였다. 내가 아닌 우리로 만들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내부 혁신을 꾀했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이분을 능가할 수 있는 그런 교육감이 탄생하기를 희망한다.

훌륭한 교육감으로 성공하려면 성과를 과시하지 말고 재빨리 웅크리는 고양이처럼 겸허한 자세로 임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빨리 간파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가 원하는 능력 있는 인재를 최고로 기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크 호주 전 총리는 말했다. 우리에게 절실한 교육감은 생각하는 지성과 느낄 줄 아는 감성을 키우는 지혜로운 사람을 길러 내는 그런 분이라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희열을 느끼며 뚜렷한 신념을 가진 그런 교육감을 마음속 깊이 원한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마거릿 대처의 결단력, 앙겔라 메르겔의 추진력, 다윗의 겸손함을 겸비한 그런 대구 교육감이 탄생하길 빌어본다.

이기주 대구경북자유교육연합 상임고문·전 고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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