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인 멀티방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에서 유행처럼 번진 멀티방이 대구 동성로와 대학가에도 상륙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멀티방은 지금까지 나온 각종 방의 결집체라 할 수 있다. 멀티(multi, 여러 가지)라는 말 그대로 한 공간에서 노래'영화'게임'인터넷 등을 즐길 수 있다. '복합유통게임제공업' 또는 '인터넷게임시설제공업'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청소년도 밤 10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의 일부 멀티방은 침대와 샤워시설을 갖춰 놓고 성관계를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멀티방이 국내에 등장한 시기는 5,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VD방, PC방 등을 하던 사람들이 일본에서 유행하던 멀티방을 국내 현실에 맞게 변형시켜 문을 연 것. 초창기 멀티방은 한 공간 안에서 노래방, DVD방, PC방을 옮겨 다니며 즐기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기술 집적화가 이뤄지면서 지금과 같이 한 방에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현재 국내에는 10여개의 멀티방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멀티플러스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 1가에 있는 멀티플러스 대구 동성로점(053-428-6969)을 찾았다. 이현우(50) 대구 동성로점 대표는 "딸이 서울에 놀러 갔다가 멀티방의 인기에 놀라 사업 아이템으로 추천해 멀티방을 열게 됐다"고 했다.
동성로점 내부는 밝은 조명과 화사한 인테리어로 장식돼 있다. 이 대표는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실내를 밝고 환하게 꾸몄다고 했다. ㄷ자 모양 통로를 따라 크고 작은 방 15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방은 3, 4명이 들어갈 수 있는 소형과 1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특실로 구분돼 있다. 소형방에 들어가자 전면에 TV 모니터와 키보드, 마이크 등이 설치돼 있고 따뜻한 마루바닥에는 방석이 놓여져 있었다. 모니터를 켜자 노래'게임'인터넷'영화'TV'CD라는 항목이 나타났다. 멀티방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일주일에 한번씩 업데이트된다.
마우스로 영화를 클릭하자 '나인' '내 눈에 콩깍지' 등 최근에 개봉됐던 영화 목록이 나왔다. 노래에는 노래방에 부를 수 있는 모든 곡이 들어 있다. 방마다 방음시설이 돼 있어 노래 부르는데 지장이 없다. 또 노래 부르는 모습을 모니터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CD에 담을 수도 있다.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등 6가지를 즐길 수 있지만 닌텐도 위(Wii)는 특실에서만 할 수 있다.
멀티방 요금은 방을 빌리는 시간당 부과된다. 2명 이상일 경우 사람 수에 따라 추가 요금을 받는 곳도 있지만 멀티플러스 동성로점은 추가 요금 없이 시간당 소형은 8천~1만원, 특실은 1만~1만3천원이다.
멀티방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20대들이다. 커플 또는 3, 4명이 짝을 이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티방은 단순 오락 시설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이용된다.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돼 있어 공부를 하기 위해 찾는 사람도 있으며 생일 등 이벤트를 열기 위해 멀티방을 예약하는 손님도 있다.
대학생 김수현(21'여'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노래방 갈까, DVD방 갈까 고민할 필요가 없고 여기저기 찾아 다니는 불편함도 없어 친구들과 멀티방을 자주 찾는다. 노래 부르다 지치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초창기에는 멀티방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려지지 않아 찾는 손님이 없어 고생을 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나아지고 있다. 노래방'DVD방을 오픈하는 것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 대구에는 많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멀티방이 젊은이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 앞으로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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