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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한장에 수십만원씩…속옷도 '프리미엄' 열풍

속옷에도 패션바람이 불면서 웬만한 겉옷 가격보다 비싼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대구백화점 제공
속옷에도 패션바람이 불면서 웬만한 겉옷 가격보다 비싼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대구백화점 제공

'진짜 멋쟁이는 속옷도 명품을 입는다'.

속옷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제품뿐만이 아니라 속에 꼭꼭 숨겨둔 속옷까지도 '명품'으로 멋을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한 벌이 웬만한 겉옷 가격보다 비싼 35만원짜리 속옷도 불난 듯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날개 단 프리미엄 속옷

미혼 직장인 김모(31·여·대구 달서구 용산동)씨는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백화점 속옷 매장을 찾는다. 그녀가 구매하는 속옷의 평균 가격은 15만원대. 겉옷과 맞먹는 비싼 가격이지만 김씨는 속옷에만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김씨는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속옷을 갖춰 입으면 내가 고귀한 사람이 된 듯한 만족감이 든다"며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기 때문에 약간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프리미엄 속옷 매장을 찾는다"고 했다.

스스로를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속옷에도 프리미엄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명품 란제리 매장의 경우 올 들어 지금까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신장했다. 명품 란제리 브랜드 '바바라' 매장 관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여성용 브래지어와 팬티 세트에 20만원대 제품으로 일반 속옷보다 2배 이상 비싼 편이지만 매월 10% 정도의 매출 신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런 명품 속옷 열풍은 남성에게서도 나타난다. 팬티 하나에 5만원이 훌쩍 넘지만 이를 찾는 고객은 해마다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것.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게 색상이나 디자인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한다"며 "남성 고객들의 상당수는 특정 브랜드만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이라고 밝혔다.

오가닉, 텐셀, 모달 등의 천연 고급 소재를 사용해 100% 국내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라인도 다양하다.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흡수성과 통기성을 높이고, 고급스러운 광택과 부드럽고 우수한 착용감을 가진 프리미엄 라인 제품은 속옷의 품질과 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40대 이상의 중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은 가격으로는 일반 제품에 비해 2~5배 정도까지 비싸지만 주 타깃층인 40대뿐 아니라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소비자층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왜 명품 속옷을 찾는가?

명품을 소비하는 데는 몇 가지 심리적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과시성향(스놉·snob 효과)과, 남들이 하니 나도 한다는 따라하기 성향(밴드웨건·bandwagon 효과), 그리고 혼자만이 느끼는 '뿌듯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 이 중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속옷마저도 명품으로 치장하려는 것은 자기만족적 소비성향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속옷이 '스타일의 시작이자 마무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프리미엄 속옷 열풍이 확산되는데 한몫을 했다. 란제리 매장 직원은 "속옷의 맵시가 좋아야 겉옷이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주는데다, 조금씩 비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패션의 일부로 강조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명품이 대중화하면서 젊은층의 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20대 중반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핸드백과 구두, 의상 등의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속옷에 대해서도 명품,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또 찜질방, 스파, 헬스클럽 등 자연스럽게 속옷을 노출해야 하는 여가문화가 널리 확산되면서 디자인, 기능성 등에서 차별화하고 싶어하는 심리로 인해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풀이도 있다.

◆해외 브랜드 속속 경쟁에 뛰어들어

속옷은 겉옷과 달리 착용감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언더웨어 전문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런 판도를 뒤집은 것이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였다. '프리미엄'을 무기로 '속옷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언더웨어에 대한 인식자체를 바꿔놓은 것.

이후 속옷의 패션화로 브랜드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한국인 체형에 맞춘 제품을 개발, 속옷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대백프라자점의 경우 '바바라' 매장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고가 직수입 라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8월 '엠포리오아르마니 언더웨어'와 올 3월 '듀퐁하우스' 등을 통해 남성 프리미엄 속옷을 선보이고 있다.

대백프라자 여성팀 김우섭 대리는 "계절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겉옷 제품과 달리 언더웨어는 필수품에 속하기 때문에 꾸준한 매출을 얻을 수 있다"면서 "작년부터 리바이스 바디웨어, 에고이스트 이너웨어, 게스 언더웨어 등 10여개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잇따라 란제리 브랜드들을 선보이고 있어 프리미엄 속옷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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