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산(産) '민간 창작 뮤지컬 1호'로 숱한 화제를 뿌린 '만화방 미숙이'가 제작비 어려움 등으로 막을 내려 더 이상의 대구 공연이 사실상 힘들게 됐다. 3년 3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21일 공식 막을 내린 '만화방 미숙이'는 총 공연 횟수 697회, 관람 인원 7만여명, 8차례의 앙코르 공연 등의 진기록을 남기며 대구 창작 공연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대구 공연사의 새 장 열었지만 아쉬운 피날레=21일 오후 달서구 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이틀간의 공연을 마치고 '만화방 미숙이'세트가 해체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극단 뉴컴퍼니의 이상원 대표는 "저작권을 가진 작가와의 계약 만료로 최종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만화방 미숙이'가 막을 내리게 된 데는 외형적 흥행에 성공하면서도 제작비 어려움이 이어졌고 극본료, 작품 내용 등을 둘러싼 작가와 제작자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가 측은 "지난해 6월 서울의 극단 측과 만화방 미숙이 공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07년 1월 대구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초연한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는 대구 공연사의 새 장을 열었다. 변두리의 어느 낡은 만화방을 무대로 펼쳐지는 웃고 울리는 이야기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중국 상하이를 비롯해 포항, 마산, 성주, 영덕 등 지역 공연장의 초청이 쇄도하면서 유례없는 장기 흥행으로 이어졌다. 배우, 연출, 작곡, 시나리오, 무대 장치 등 전 과정을 순수 지역 인력으로만 기용, '대구 토종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극중 늙은 아버지로 550회 출연한 김현규(64)씨는 "공연을 본 젊은이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예가 많았고, 두 번 이상 재 관람객도 많았다"며 "소박한 스토리가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만화방 미숙이'는 2008년 3월 대구 창작 뮤지컬로서는 처음으로 서울 대학로에 진출, '지방에서 잘 만들면 중앙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로 인정받았다. 4개월여에 걸친 총 150회 공연은 서울 공연계, 언론사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창작 뮤지컬상을 단독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제2의 '만화방 미숙이' 탄생하려면='만화방 미숙이'는 연극 관객 발굴과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면서 대구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동시에 숙제도 남겼다. 이 대표는 "창작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산업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화방 미숙이'가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한 이유를 마케팅의 미숙에서 찾았다. 이 대표는 "앞으로 대구의 창작들이 성공하려면 작품성은 물론이고 작품을 포장하는 기술, 서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한다"며 "현재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창작 연극을 준비 중인데 이런 과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시의 공연문화도시 용역을 수행중인 대구경북연구원의 오동욱 문화산업연구팀장은 "진정한 공연문화도시로 성장하려면 창작 공연의 생산과 유통까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라며 "가칭 '공연창작파크'를 대구에 유치하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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