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79년 8월 로마제국 최대의 환락 도시 폼페이. 가끔씩 연기를 뿜는 베수비오 화산의 멋진 경관에 찬사를 던지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폭발음에 혼비백산했다.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용암이 쏟아지는 가운데 순식간에 덮친 화산재는 도시의 시간을 멈춰버렸다. 불과 서너 시간 만에 폼페이 인구 2만 명 가운데 2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겨우 바닷가로 달아난 사람들도 화산이 내뿜은 유독가스와 화산재에 질식해 숨졌다. 인간의 과도한 향락을 단죄라도 하듯 일어난 화산 폭발은 단번에 폼페이를 역사 속에서 지웠고, 이후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기까지 1천700년 동안 망각에 묻혀 있었다.
화산은 지구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인류 문명의 기원 시절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활동의 징조를 보여줌으로써 지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화산활동에 의한 분출물 가운데 가장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화산재는 지표면을 녹이는 용암보다 위력이 더 강력하다. 대표적인 예가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섬의 화산에서 뿜어진 화산재다. 당시 화산재는 지상 50㎞ 상공까지 올라가 지구 주위를 둘러싸서 지구의 온도를 0.5℃ 떨어뜨렸으며 정상 기후로 돌아오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한다.
최근 화산재를 뿜어 유럽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는 아이슬란드 화산은 200년 전에도 대규모 폭발로 유럽을 마비시켰다. 1783년 6월 폭발한 아이슬란드 남부의 리키 화산은 목초지를 오염시키고 수십만 마리의 동물들을 죽게 해 당시 아이슬란드 인구의 4분의 1인 1만 5천여 명을 기근으로 숨지게 만들었다. 인근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도 수만 명이 생계의 위협에 빠져야 했고 이후 3년 동안 유럽 전역에 최악의 가뭄을 가져왔다.
최근 뿜어지는 화산재는 항공 노선 마비라는 최초의 부작용을 가져왔지만 향후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다. 벌써 항공업계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끼쳤고 관련 산업에도 영향이 불거지고 있다. 무관할 것 같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휴대폰 등 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새삼 숙연해진다.
다행히 화산재는 당장의 해로움 못지않게 장기적인 유익함도 크다.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식물의 생육에 도움을 주는 등 생태계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지구가 생명력을 지키는 방식이 감탄스럽다.
김재경 특집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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