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봄꽃 같은 웃음꽃'

경산지역 6쌍 종교단체 지원으로 식 올려

"우린 너무 행복해요."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던 따스한 4월의 봄날, 한 종교단체 주관으로 경산시민회관에선 경산지역 다문화 가정의 '사랑의 가정 만들기'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6쌍 중 유난히도 눈에 띄는 두 부부가 있어 취재에 들어 갔다.

"이렇게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지 지면에 소개해도 될까요?" 라는 시민기자의 질문에 쑥스러운 듯 잠시 머뭇거리다 쉬이 승낙을 하는 신랑 방준석(45·건설장비업)씨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처가인 필리핀에서 1등 신랑감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방씨. 처음엔 언어 소통과 20여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아내를 국내 대학에 진학시켜 못다 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배려할 정도로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다고…. 진학 후 아내의 학교 친구들과 모임이 잦아져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겁고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캠퍼스 생활도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두 살 난 아들 영태의 엉덩이춤과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신랑 정구식(42·회사원)씨는 아내를 처음 본 순간 '이 여자는 내 여자다' 라는 느낌이 들어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고. 결혼식 내내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 취재에 응해 주었다. 솔직히 세대 차이 너무 나는 아내 또래의 국내 여성보다는 오히려 나를 잘 이해해주면서 본가 가족에게도 잘 하는 지금의 아내가 너무나 사랑스럽단다.

많은 하객들의 박수 속에서 치러진 이날 합동 결혼식에서 행복해하는 6쌍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문화에 대한 인식변화를 실감한다. 이국땅에서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초기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곱지 않았던 시선들에도 많은 변화가 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들은 또 다른 우리 문화를 만들어 갈 주인공들이기에 오늘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더욱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글·사진 배효도 시민기자 amysg@hanmail.net

도움: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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