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상과 사물을 보면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만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김봉태, 김해성, 한운성 세 작가는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끌어가는 작가들입니다."
7월 11일까지 영천 시안미술관에서 열리는 '기억 없는 곳에 거주하기-거주를 거부하는 사유들' 특별전 기획자 강선학의 말이다. 이 작가들은 관람객들을 다른 어떤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 김봉태는 육면체 상자를 소재로 한 '댄싱 박스'(Dancing box) 작품을 선보인다. "어느 날 기능을 소진한 채 버려진 상자들을 보며 생명력을 불러일으켜 활기를 주고 싶었어요." 작가는 '빛'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가져왔다. 이번 전시 역시 플렉스 글라스에 해체된 육면체 상자의 선과 면을 배치했다. 은은한 빛이 투과되며 마치 선과 면이 제각각 공간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다.
김해성은 콜라주 작품을 전시한다. 굳이 잡지나 인쇄물을 찢어 작품 활동을 하는 데 대해 작가는 "물감으로 만들 수 없는 색감과 형태를 나타내고 싶었다. 물감을 섞듯이 물건을 섞는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무의미해 보이는 의자, 사람, 도자기, 미술 작품, 구름 등을 한 화면에 구성해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작품 속 사물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살려내는 풍경이지요."
한운성은 대상에 대한 치밀한 묘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완벽하지 않다. 사과의 중심부가 비워져 있는가 하면 복숭아의 가장자리 어느 한쪽이 지워졌다. 스케치 같은 선만이 남아있기도 하다. 관람객은 작품을 보고 과일, 복숭아를 떠올리겠지만 한번쯤 다시 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다. 정물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는 이 작가는 '과일 채집' 시리즈 최근작을 선보인다.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의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원숙기에 접어든 자신의 감수성과 그리기에 대한 물음으로 묵직한 문제를 제기한다.
시안미술관 김아름 큐레이터는 "주변에 접하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 등은 실재가 아니라 무언가가 반영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짜라고 느끼고 있다"면서 "이 전시를 통해 실재가 아닌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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