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석가탄신일이 다가오면, 조계종 본사인 조계사에서는 어린이들에게 2주간의 단기출가 행사의 하나로 삭발식을 갖는다.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은 천진스런 동자승들의 얼굴을 바라보면 마치 부처님의 미소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전에도 '어린이의 마음이 곧 부처님의 마음'이라는 말씀이 있듯이 어린이들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있는 그대로'의 심성(心性)을 가지고 있어 그 어떤 꾸밈과 사심(私心)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옛날에는 동진출가가 곧 큰스님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나 역시 열세 살, 철모를 때 청담스님을 은사로 동진출가를 했다.
불교에서는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이 있다. 선업은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업으로 굳어진 것을 말하고 악업은 나쁜 일을 하는 것이 업으로 굳어진 것을 뜻하는데 사람은 어떤 일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 이것이 그대로 굳어지게 되어 업이 된다.
책상에 먼지가 쌓이 듯이 세월이 가고 인연사(因緣事)가 깊어지면, 마음에도 때가 쌓이기 시작하는데 사람이 술을 계속 먹게 되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약을 끊지 못하고 계속 복용하게 되면 마약중독자가 되 듯이 습관이란 이렇듯 무섭다. 이와 반대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 보현보살이 되고 남을 도와주다 보면 자선가가 된다. 범죄자가 되는 것도 계속된 습관이 업으로 굳어진 까닭이다. 이런 사람은 나쁜 일을 해도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모른다. 이 때문에 악업보다 선업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린이들에게 단기 출가의 경험은 선업을 쌓게 하는데 매우 좋다.
어릴 적부터 부처님의 회상(會上)을 경험하게 되면 아이의 마음속에 선한 잠재의식이 쌓이게 되고 성장하면서 바른 품성(品性)을 지니게 되어 이는 선업(善業)의 밑바탕이 될 수가 있다. 어릴 적부터 길러진 좋은 습관은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비단 불교뿐만이 아니라 천주교, 개신교 등 모든 종교적 측면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어릴 적 아이에게 부모가 들려주고 행하는 종교적 체험은 아이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선업을 쌓게 하는 습관을 지니게 한다.
가정과 국가의 이미지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에게 제대로 인성 교육을 시킨 가정은 항상 선업을 이어가게 되고 선업을 쌓은 사람이 많아야 그 나라도 부국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콩 심은데 콩이 나듯' 어릴 적부터 좋은 경험을 하게 하여 선업을 쌓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코 콩을 심고서 팥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 속에 평범한 진리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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