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법의 날, 권위에 대하여

25일은 제47회 법의 날이다. 법의 날은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따라서 법의 날은 단순히 법조인들 만을 위한 날이 아니라 온 국민이 깨어 있는 법의식 속에 올바른 법 제정과 집행에 대해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성숙한 민주사회는 국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사회이고, 법이 제대로 지켜짐으로써 법이 경시되는 풍조를 배격하고 법이 존중받은 사회를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법이 진정 그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권위는 사전적인 의미로 "제도·이념·인격·지위 등이 그 가치의 우위성을 공인시키는 능력 또는 위력"이라고 규정돼 있다. 또'권위의 궁극적 근거'는 사람의 마음, 사람들의 승인에 있으므로, 이를 지지하는 인간집단에 따라서 여러 권위가 존재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에게는 인정되는 권위가 다른 사람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때도 있다. 하지만'권위'는 어느 집단 다수의 승인이나 복종에 의해 그에 걸맞은 이름의 권위를 가지게 된다.

결국 법의 권위도 우리 사회 구성원 다수의 승인이나 복종에 의해 진정한 권위를 얻게 될 것인데, 이를 위해선 먼저 구성원 각자가 그 본분을 다 할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각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논어의 한 구절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는데, 공자가 대답하기를"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것입니다."고 했다. 경공이 말했다."좋은 말씀입니다. 진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면 비록 곡식이 있다 한들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齊景公 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臣臣父父子子 公曰善哉 信如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지도자는 지도자 구실을, 아랫사람은 아랫사람 구실을, 부모는 부모 구실을, 자식은 자식 구실을 각자 잘하면 나라가 바로 서고 정치가 잘 되고, 비로소 권위가 선다. 하지만 반대로 각자 그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가정, 그 사회, 그 나라는 제대로 될 수 없고, 권위도 설 수 없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한 사람의 사회적 역할과 구실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워 주는 말씀이다.

사회적 역할과 구실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 자신을 속이지 않는데서 출발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권위도 선다. 그러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최근의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글을 맺는다.

브라이언 데이비스(잉글랜드)는 우승컵보다는 명예를 택했다. 19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버라이즌 헤리티지에서 짐 퓨릭(미국)과 연장전을 치른 데이비스는 4라운드 18번홀(파4)에서 짜릿한 버디를 잡아 퓨릭과 동타를 이룬 뒤 같은 홀에서 치러지는 연장전에 들어갔다.

2005년 데뷔 이후 첫 우승을 노리던 데이비스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왼쪽 해저드에 빠뜨렸지만 우승을 포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퓨릭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렸지만 홀과는 멀어 보였고 데이비스가 세 번째 샷만 그린 위에 잘 올린다면 해볼 만했다. 데이비스는 갈대가 듬성듬성 나 있는 해저드에서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려 관중의 박수를 받았지만 곧바로 경기위원을 불러 백스윙을 할 때 "웨지에 갈대가 닿아 움직였다"고 털어놓았다. 경기위원은 결국 데이비스에게 2벌타 판정을 내렸다. 골프규칙에는 해저드 안에서 플레이를 할 때 나뭇가지, 돌, 나뭇잎 등을 접촉하거나 움직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파퍼트를 성공시킨 퓨릭에게 허무하게 우승컵을 넘겼지만, 슬러거 화이트 PGA 투어 경기위원장은 "데이비스는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해 품격 높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환 대구지방법원 김현환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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