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R&D가 실제 기업에는 전혀 도움이 안 돼 대수술이 절실하다는 지적(본지 8일자 1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연구' 투성이인 대구의 R&D 현실을 꼬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구경북의 R&D가 현실과 겉도는 이유는 뭘까? 22일 오전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린 미래전략아카데미 제2차 정책개발 세미나에서 영남대 이재훈 교수(경영학과)는 ▷연구개발비의 인프라 구축 집중 ▷낮은 연구개발 성과 ▷대학과 연구기관을 위한 R&D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과잉 중복지원 ▷R&D 컨트롤타워 및 평가시스템 부재 등으로 꼽았다.
해마다 지역에 투자되는 연구개발비 대부분이 R&D 기관 건물 올리는데 쓰이고, 많은 지역의 R&D 및 기업지원기관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나홀로 연구'에 몰두해 연구개발 성과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를 바로잡을 컨트롤타워가 없고 평가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대구에 투자된 총 연구개발비 2천130억원 중 절반이 넘는 1천142억원이 기반조성에 쓰인 반면, 기술개발은 전체의 19.2%(409억원), 기업지원은 13.3%(282억원)에 불과했다. 기술지원에 쓰인 돈은 아예 없었고 정책개발 부문엔 고작 2억원 가량이 쓰였다. 이 교수는 "대부분 연구개발비가 건물 올리는데 든 셈"이라고 했다. 연구개발비의 쓰임새가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 성과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연구개발비는 2007년 1천668억원에서 2008년 2천130억원으로 462억원(28%) 늘었지만 연구개발에 따른 기업의 사업화 건수는 2007년 115건에서 2008년엔 90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폐쇄성도 지역의 R&D 현실을 암울하게 한 주범으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단독연구 비중이 각각 59.1%와 51.7%로 상당히 높게 나왔다"며 "실제 기업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소홀한 채 자신들을 위한, 기관이 생존할 수 있는 연구과제에만 매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의 조정 기능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교수는 "대구는 유독 '신산업'이 곧 '신성장동력산업'이라는 고정관념에 함몰돼 역량분석이나 시장분석은 뒤로하고 백화점식으로 발 담그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이것저것 다 안 되고 지역 강점인 분야도 후퇴하는 등의 경제상황을 만들었다"며 "또 컨트롤 기능과 평가시스템이 없어 특정 기업에 대한 중복지원이 반복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구시가 가칭 미래발전위원회 등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춘 모니터링·평가그룹을 설립해 지역의 핵심 DNA를 선정 및 중점 육성하는 한편, 지역 R&D 인풋(input) 및 아웃풋(output) 분석 같은 생산성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우선 구축해야 한다"며 "지역 R&D 및 기업지원기관들도 전문화와 특화영역을 개발해 역할 분담을 하고 '1기업 1지원기관 전담제'로 중복지원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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