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소 전염병인 구제역이 경북과 가까운 충북 충주에서까지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경북지역 축산 농가와 방역 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경북지역에서 자칫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가축 살처분에 따른 직접 피해는 물론 가축 출하 중단 및 소비자들의 돼지·소고기 기피 등에 따른 간접 피해까지 그 파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구제역, 소백산맥 넘는 것을 막아라!"
인천 강화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충북 충주시까지 번지자 충주와 30여km 거리를 둔 문경지역 축산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22일 문경시는 긴급 방역회의를 소집하고 구제역 방역 장비와 방역약품 구입을 위해 예비비 5억원을 긴급 편성했으며 방역대책상황실도 24시간 운영하기로 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문경시는 이날 오전 충주에서 문경으로 들어오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와 점촌함창IC 등 2곳의 고속도로 IC에 자동방역시설을 설치했고, 충북과 연결되는 이화령터널과 가은 완장, 동로벌재 등 국도 3곳에도 방역초소를 설치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경시청 유통축산과 정원석 담당은 "충주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이 소에 비해 바이러스 전파력이 100∼3천배에 달하는 돼지여서 경북지역으로의 전파가 크게 우려되는 만큼 행정력을 총동원해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며 "지금까지 문경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도 잘 막아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과 인접한 상주지역 축산 농가들도 충주의 구제역 발생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주시 사벌면 사벌축산은 22일 오후부터 생석회를 뿌리고 자체 소독을 하는 등 구제역 방역에 분주하다. 김억수 대표는 "시에서 공동 방역을 해주기 전에 농가들이 스스로 자체 소독을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주시도 구제역 차단을 위해 초비상 상태이다. 시는 22일 상주IC 등 주요 도로 길목에 가축이동통제 초소 9곳을 설치했으며 시청에 구제역 방역대책상황실을 설치, 24시간 비상 운영에 들어갔다. 또 모든 공무원을 동원해 23일 오전 8시부터 초소마다 통행차량을 대상으로 비상방역을 하고 있다. 상주시 축산특작과 장영욱 과장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서는 농가 자체의 차단 방역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루 한번 이상 축사 내외부 소독은 물론 외부인 통제, 각종 모임 및 구제역 발생지역 방문 자제 등 구제역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 구제역 방역에 '총력'
경상북도는 23일 오전 도청 제1회의실에서 김관용 도지사 주재로 구제역 차단 방역을 위한 긴급 확대 가축방역협의회를 갖고 구제역의 경북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만전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김관용 지사는 '구제역 차단 방역을 위한 특별지시 1호'를 각 시·군에 전달하고 시·군 및 가축위생시험소 등 방역기관에서 철저한 농장 소독과 사람, 차량 등에 대한 농장 출입을 통제해 줄 것과 소, 돼지, 염소 등 우제류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차단 방역에 힘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경북도는 구제역 발생 지역과 인접한 시·군에서는 고속도로 IC와 주요 도로에 차단 방역을 위한 50여곳의 통제 초소를 설치·운영해 줄 것과 576개 공동방제단을 활용해 농장 소독과 철저한 방역을 할 것을 당부했다. 경북도는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7억여원의 사업비를 시·군에 배정하고 추가로 통제초소 설치·운영비, 공동방제단 운영, 소독약품 구입 등을 위해 모두 60억원의 긴급 소요예산을 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또 구제역 발생에 대비한 살처분 및 매몰 관련 조치 계획을 수립하고 방역대책본부 기능을 확대운영하며 가축방역협의회를 주 2차례 열기로 했다. 김관용 도지사는 "경북에 구제역이 유입되면 5만여 축산 농가의 생업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구제역 차단 방역에 방역 기관과 축산 농가뿐만 아니라 경북 도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그래프=경북지역 우제류 가축사육 현황(단위:마리)
한우 576,295
육우 19,236
젖소 39,759
돼지 1,432,104
산양 37,192
면양 54
사슴 6,798
자료:경상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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