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년 휴직 이세돌, 파죽의 21연승 원동력은

요즘 이세돌의 모습을 보면 '파죽지세'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휴직을 6개월로 끝내고 복귀한 이세돌 9단의 기세가 무시무시하다. 벌써 21연승. 2000년 32연승, 2007년 24연승을 한 바 있는 이 9단이 자신의 연승 기록을 넘어설 것인지도 관심사다. 최대 연승 신기록은 1990년 이창호 4단(당시)이 세운 41연승이다.

휴직 복귀 후 예선부터 출전하고 있는 이세돌이기에 어느 정도의 연승은 예상했지만 20연승을 넘어설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21연승 중에는 예선 성적이 10승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세계대회가 3차례나 포함되어 있어 영양가도 만점. 연승 기록에 국내랭킹 2위 이창호 9단과 3위 최철한 9단과의 대국이 없는 것이 살짝 아쉽지만 중국 랭킹 1, 2위인 콩지에(孔杰) 9단과 구리(古力) 9단을 격파한 것이 눈에 띈다. 국내 비씨카드배에서 시작해 중국 춘란(春蘭)배를 찍고 일본 후지쯔(富士通)배까지 한·중·일을 넘나드는 고된 행군 끝에 일군 전리품이다. 세계 대회인 비씨카드배 결승, 후지쯔배 4강, 춘란배 8강 확정으로 100여 일 만에 상금만 해도 벌써 최하 1억3천만원을 확보했고 현재 참가 중인 기전을 모두 우승한다고 가정하면 7억5천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 페이스로 나간다면 올해 무려 10억원이 넘는 상금을 쓸어 담을 수도 있다.

이세돌 9단은 올 1월 16일부터 4월 19일까지 94일간 21승을 거뒀다. 산술적으로는 4.5일에 한판씩 둔 것이지만 일본, 중국을 오가는 일정과 주말까지 합하면 거의 3일에 한판씩 대국을 치렀다는 얘기다. 역설적으로 이 9단의 휴식이 없었다면 지금의 강행군을 연전연승으로 장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게 만든다.

1월 16일 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64강에서 연구생 이주형(19) 5단에게 고전 끝에 역전승한 이세돌 9단은 이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비씨카드배 결승에 올라 24일부터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과 우승 상금 3억원을 놓고 맞장을 뜬다. 공식 전적에서는 이 9단이 7승 6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지만 비공식 대국까지 합하면 13승7패로 격차가 벌어진다. 여기에 상승세까지 감안한다면 이 9단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게 동료 프로기사와 바둑동네 관계자들의 평가.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해설을 맡고 있는 김영삼 8단은 이세돌 9단이 강해진 이유를 '정신적인 성숙'으로 단정한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복귀 후 처음 몇 판은 이세돌 9단의 바둑인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그 고비를 넘겨서인지 최근 바둑은 이세돌 바둑 본연의 스타일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현재의 컨디션이라면 비씨카드배 결승에서 3대0 또는 3대1로 이길 확률이 높다"고 점쳤다.

'반상의 구라'로 통하는 김성룡 9단은 "적당한 기간에 잘 쉬고 나온 것이 연승 비결인 것 같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이 예선 10연승을 포함해서 21연승을 했다고 너무 떠드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된다. 도전기나 결승전 같은 대국만으로 연승을 논해야 될 것이다"라고 최근 이 9단의 연승이 뉴스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9단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 선수를 꺾고 꼭 비씨카드배 우승을 차지하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지금까지 세계 대회 12회 우승을 차지했던 이 9단이 마(魔)의 13번째 우승을 넘어선다면 이 9단의 상승행진이 어디까지 튈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이 9단이 세계대회 우승의 손맛을 본 것은 2009년 1월 제13회 삼성화재배에서 콩지에 9단을 2대0으로 꺾고 우승한 때였으니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한편 23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결승 진출자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자신했던 이세돌 9단과 창하오 9단의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 바둑 챔피언십 결승 5번기는 오늘부터 29일까지 한국기원 1층에 위치한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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