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관계. 남녀 간의 불륜(不倫)만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다. 세간에는 '검사와 스폰서'가 대표적인 부적절한 관계로 부각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통하는 검찰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불신과 불만까지 더해져 소문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의 세계에도 스폰서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고 특권도 상당하고 예산도 주무르고 입법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과 스폰서의 세계는 더 복잡하고 깊다. 가끔 선거 때면 공천을 둘러싸고 국회의원과 스폰서 사이에 잡음이 불거지는 경우도 없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단편들이 노출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세계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매우 부적절한 관계인 것은 분명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거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속담이 있다. 정치권에서도 통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국회의원이 스폰서로부터 금전적, 물질적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직간접적으로 이권을 주거나 보호를 해 주는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다.
정치인과 그 스폰서들은 주고받는 것에서 다른 곳과 차이가 난다. 정치인에게는 후원회라는 받는 통로가 하나 더 있다. 연간 1억5천만원이라는 돈을 합법적으로 걷을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두배로 늘어나 3억원이 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돈으로는 정치자금을 다 충당할 수가 없다. 지역 관리를 위해서는 훨씬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선거법상 상시제한 규정이 있어 마음대로 돈을 쓰지도 못하고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나 법 핑계를 대다가는 유권자에게 욕먹기 십상이다.
법으로는 안 된다고 해도 인사를 해야 할 곳은 다 해야 한다. 돈 씀씀이가 많다 보니 후원금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에 태부족이다. 그래서 찾아낸 다른 경로가 스폰서다. 과거에도 많았지만 요즘도 없어지지는 않고 음성화되고 있다. 돈 쓰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누구나 든든하고 믿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빵빵한' 스폰서를 찾는다. 이런 스폰서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실세 여부를 가르는 잣대다. 힘이 있는 곳에 돈이 있고 스폰서도 몰리기 때문이다.
과거 실세들의 경우 전국적으로 스폰서를 수십명씩 거느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스폰서를 자청하고 나설 정도였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 스폰서로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실세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금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이들 가운데 정치권에 진출한 사람도 많다. 실세로부터 한 자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받은 것에 대해 주는 식의 철저한 거래다.
요즘은 국회의원과 스폰서의 사이에 공천이라는 확실한 선물이 오갈 수 있다. 2005년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들이 줄 수 있는 공천은 훨씬 더 늘어났다. 큰 스폰서에게는 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을, 작은 스폰서에게는 기초의원을 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6·2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천심사 과정에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을 여과 없이 받도록 해 놓았다. 사실상 국회의원 '마음대로' 공천권이 행사되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도 공천심사 결과도 모두 무시되고 오직 국회의원 의지대로 공천을 좌우하려는 지역도 몇몇 발견되고 있다. 평소 국회의원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고 각종 정당 활동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사가 공천을 받은 사례는 많다. 바로 스폰서에 대한 보상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는 케이스는 국회의원과 스폰서 사이에 이권이든 공천이든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탓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돈을 바쳐 충성을 다했는데 공천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가자 불만이 터져 나온 사례는 드물지 않다. 성공하지 못한 부적절한 관계일 뿐이다. 물론 성공 케이스는 훨씬 더 많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에게 충성을 다하는 스폰서가 되는 것이 공천의 지름길이다. 지금도 많은 스폰서들이 국회의원 모시기에 열심이다. 이 얼굴들이 4년 뒤 단체장으로, 지방의원으로 나설 예비후보들인지도 모른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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