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년을 장사하면서 단 한번도 우리 식당의 골부리국을 맛있다고 말하거나, 식당을 나서는 손님들에게 '또 오세요'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맛에 대한 평가와 식당을 찾는 발길은 손님들의 몫이잖아요?"
안동 영호식당 골부리국에 대한 정귀분 사장의 말 속에는 손님들에 대한 배려와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는 겸손, 자신이 끓여 낸 골부리국 맛에 대한 자부심 등이 모두 내포된 듯하다.
주인이 스스로 맛있다고 자랑하지 않아도 미식가들은 후미진 골목길과 주차의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찾고 있다. 밥을 먹고 식당 문을 나서는 손님들에게 "또 오세요"라는 살뜰한 인사말을 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맛에 반해 다시 찾는다.
정 사장은 "가장 중요한 재료인 골부리는 100% 자연산만 고집해 왔어요. 수입산이나 냉동산 등은 손님들이 먼저 알아요"라고 했다. 경북 북부지역은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 숱하다. 대부분 강바닥이 자갈이나 바위로 형성돼 있어 골부리들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이곳에서 갓 잡아낸 싱싱한 골부리를 사용한다.
이 식당의 골부리국은 15년째 6천원이다. 특히 올해는 배추, 부추 등 채소 가격이 예전보다 3, 4배까지 치솟아 손에 쥐는 게 없을 정도다. 게다가 이 식당의 골부리국에는 골부리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다. 마지막 숟가락에도 골부리 한두개가 남아 있을 정도다. '조금 덜 남아도 푸짐하고 맛난 상차림'이라는 정 사장의 식당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
정 사장은 "요즘 들어 외지 손님들이 안동간고등어를 찾고 있어 메뉴에 포함시켰다"며 "집 된장으로 끓여낸 골부리 된장찌개도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메뉴"라고 했다.
15년 전 후미진 골목으로 식당을 옮길 때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의 특별한 상차림과 맛에 반한 이들이 소문을 내주는 바람에 이내 손님들이 들끓었다. 신선한 골부리를 제때 요리하니 향도 맛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실속은 적을지 몰라도 손님들에게 푸짐하고 후하다는 말을 듣는 게 더 좋아요. 골목 모퉁이라 찾기 힘들죠, 주차장 없죠, 그런데 맛조차 없으면 누가 찾겠어요?"라는 정 사장의 말 속에 자신만의 '음식 철학'이 담겨 있었다.
안동·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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