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41)안동 골부리국

낙동강 청정수역서 직접 잡은 골부리, 봄철 미식가 발길 잡아

안동 길안천·반변천 인근 골부리 전문 식당들이 봄철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안동 길안천·반변천 인근 골부리 전문 식당들이 봄철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올봄은 유난히 변덕스럽다. 춘삼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기도 하고 4월 한가운데 들어섰지만 수은주가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게다가 어느 날은 한낮 더위가 여름으로 착각할 정도로 치솟기도 했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상춘객들조차 어리둥절하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지천에 봄꽃들이 흐드러지고, 겨우내 얼어붙어 몸을 움츠렸던 생물들도 제법 기운을 차리고 있다.

이때쯤이면 미식가들은 잃어버리기 쉬운 미각(味覺)을 돋우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찾는다. 대표적인 음식이 골부리국이다. 골부리국은 여름철 음식으로 유명하다. 섬진강 하동이 재첩으로 유명하다면 낙동강과 반변천을 끼고 있는 안동에는 골부리가 유명하다. 민물 소라의 일종인 골부리는 표준어로 다슬기다. 전라도에서는 대수리, 충청도에선 올갱이, 경남에선 민물고둥이라 부르고 인근 대구에서는 고디라고 한다. 유독 안동지방에서만 골부리라 부른다.

안동지역에는 안동 영호 골부리국집을 비롯해 길안면 장터식당 등 길안천과 반변천을 끼고 골부리국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봄철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20년 전통의 입맛 살리는 식당 '영호 골부리국집'

안동시외버스터미널 뒤편 후미진 골목에서 20여년을 골부리만 취급해 온 '영호 골부리국집'. 미식가들은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식당"으로 소개한다.

인근 자동차정비공장에서 골부리국집을 하다가 골목 안으로 식당을 옮길 때만 해도 사람들은 "어떻게 장사를 하려고 저렇게 후미진 구석으로 옮겨가나?" 하고 의아해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식당 골부리국 맛에 취한 미식가들은 물론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구석진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식당을 20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정귀분(52)씨는 전국에서 물 맑기로 유명한 영양 청기가 고향이다. 어릴 적 고사리손으로 강바닥에서 잡아 집으로 가져온 골부리를 어머니는 삶아 바늘로 살을 꺼내 실로 엮어 간식으로 주기도 하고 갖은 채소를 넣어 국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골부리를 껍질째 넣어 끓여낸 된장국에서 꺼내 살을 빨아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정 대표는 "누구나 어린 시절 골부리국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가 끓여주던 그 맛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 욕심이다. 음식은 맛있게 먹는 그 자체만으로 건강식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식당에서는 인근 반변천과 길안천, 문경 영순강 등 북부지역의 청정수역에서 직접 잡은 국내산 골부리만 사용한다. 중국산 냉동 골부리로는 아무리 노력하고 좋은 재료들을 사용해도 제맛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골부리에도 '신토불이'가 적용된다는 것. 게다가 건강식이니 재료 또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 식당의 주 메뉴는 골부리국이다. 골부리는 맑은 지하수에 하루쯤 담가놓아 모래를 뺀 후 깨끗하게 씻어 삶아 내 속살을 일일이 꺼낸다. 싱싱한 골부리를 삶아 낸 육수에다 대파, 우거지, 부추를 넣어 끓인다. 양념장을 얹기도 하고 맑은 국으로 내기도 한다. 그냥 먹어도 담백하고 구수하면서 뒷맛이 시원하다. 곁들여 나오는 배추 겉절이며 깍두기, 더덕장아찌 등 7, 8가지의 밑반찬에도 정성이 녹아 있다.

◆안동 골부리국 맛 전국화 '포장·택배·메뉴 개발 등 산업화 시도'

정귀분 대표는 몇해 전부터 산업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본인 표현대로라면 안동의 맛을 잊지 못하는 전국 미식가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 것이다. 포장 판매와 택배 판매 등을 시작했고 골부리 무침, 골부리 된장국 등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나서 또 다른 맛을 전하고 있다.

이 식당에서 1년간 사용하는 부추는 500g 묶음 기준으로 줄잡아 2천단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는 수천단을 한꺼번에 구입해 저장한다. 부추가 나오는 5월까지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추 우거지, 대파 사용도 엄청나 지역 농산물 판매에도 적잖은 보탬을 주고 있다.

정 대표는 "주변에 숙박업소가 많은데 타 지역 사람들이 우연찮게 들렀다가 단골이 되기도 한다. 이들이 대구, 서울 등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포장 판매나 택배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끓인 국을 포장하고 아이스박스에 넣어 택배로 보내 준다. 저녁에 끓인 국을 점심시간 전에 받아 먹을 수 있도록 '버스편 배달'도 한다.

5인분(가격 3만원) 이상이면 전국 어느 곳으로도 배달이 가능하다. 계모임이나, 고향 입맛을 잊지 못하는 향우회, 가족들의 건강식을 챙기려는 주부들의 주문이 늘고 있다. 특히 100% 자연산 골부리국 맛을 쉽게 볼 수 없는 서울 등 도심지역 주부들은 한끼 분량씩 포장, 냉동해 뒀다가 끓여내 남편의 아침 숙취 해소나 아이들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내놓기도 한단다. 입소문이 나면서 택배 판매도 늘고 있다. 정 사장은 몇년 전 골부리 요리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골부리 된장찌개'를 개발했다.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사용해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골부리는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신약본초 등 전통의 한의서에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간의 열, 눈의 충혈, 황달을 제거하고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체내 독소를 배설할 뿐 아니라, 부종을 없애고 간장과 신장에 작용해 대소변을 잘 할 수 있게 한다. 또 위통과 소화불량을 없애주고 열독과 갈증을 풀어주는 데 아주 이롭다고 전한다. 택배 주문 문의:054)859-0457.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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