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주지에 용연사 회주인 성문 스님(사진)이 선출됐다. 동화사 주지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교구장으로 대구와 성주, 고령, 칠곡, 청도의 180만 불자를 대표하는 지역 불교계의 큰 어른이다. 또한 조계종 내에서 그 위치와 역할이 손에 꼽힐 만큼 크다. 그만큼 9교구장 자리는 불교계의 기대도 크고 책임도 막중하다는 의미다.
동화사는 앞으로 '산중 동화사'와 '산밖 동화사'의 위치와 역할이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 동화사 주지인 허운 스님은 선거 전 추대사에서 성문 스님을 '뛰어난 종무 행정가'라고 했다. 성문 스님은 1980년대 초 비상종단 상임위원과 사무국장을 맡아 종단 개혁을 주도했고 서울 봉은사 주지와 3선의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을 통해 종단에서 폭넓은 입지를 다져 왔다. 또한 승가 교육 현대화를 위해 1979년부터 중앙승가대학교 설립을 주도해 총동문회장도 3차례 역임했다.
지역 불교계 한 인사는 "성문 스님은 매우 활동적이며 카리스마가 강하다. 맡은 소임에 대해선 실현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추진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성문 스님은 당선 소감 첫머리에서 "화합과 상생으로 팔공산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 반드시 산중 통합을 이뤄 원로와 중진 스님을 모시는 승가의 위계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외적으로도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 개최에 앞장서고 선불교를 지역을 넘어 세계화하겠다"고 했다.
성문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총무원, 중앙종회 등 각급 중앙종무기관과의 새로운 협력 관계 설정을 통해 9교구의 종단 내 위치와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할 말은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선 지역 불교계는 화합과 상생이 선결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번 주지 선거에서 성문 스님은 절반의 지지만 얻었다. 경쟁자로 나선 선문 스님과 똑같이 129표를 얻었으나 승랍(출가 나이)이 앞서 주지로 당선됐다. 득표에서 보듯 선거 과정에서 양측간 갈등과 반목이 예전 세 차례의 동화사 주지 선거처럼 재연됐다.
성문 스님에겐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스님들과 화합하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반목을 봉합해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할 과제가 던져진 것이다. 성문 스님은 9교구 내 각 문중을 대표하는 중진 스님 8명으로 가칭 산중중진회의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기획'인사'불사'수행 복지'포교 등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일체의 산중 대소사를 문중 간 협의 조정하겠다고 했다.
또 산중에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들을 문중을 초월해 고루 등용, 팔공산문의 중흥과 도약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문 스님은 이를 통해 4년 뒤에는 반드시 선거 없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다음달 25일 성문 스님은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스님에 대한 평가도 시작된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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