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건강한 노인 대상 가장 두려운 질병 2위(국회보건복지위원회, 1위 치매), 2005년 전세계 사망자 580만명, 2007년 국내 사망통계에서 인구 10만명당 59.6명으로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이자 단일 장기질환 중 사망 원인 1위. 바로 뇌졸중(stroke)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수치들이다. 노년층뿐 아니라 40, 50대 중장년층에서 뇌졸중 발병 빈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 병력을 자세히 들어보면 상당수가 '일과성 뇌허혈'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허혈'은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진 탓에 신체 조직 중 일부에서 빈혈증세를 빚는 것을 말한다. '일과성 뇌허혈'은 일시적으로 뇌에 이 같은 허혈 증상이 생긴 것이다.
◆일과성 뇌허혈은 미니뇌졸중
뒷머리가 자꾸 저리고 목덜미가 뻣뻣해진다. 갑작스레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림이나 마비 증세가 온다. 입술과 혀가 굳어 말이 어눌해지고 남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다. 한쪽 눈이나 양쪽 눈이 흐릿해지며 잘 안 보이고 사물이 두 개로 보이기도 한다. 어지럼증을 느끼고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이런 증세가 반복해서 나타나면 일과성 뇌허혈을 의심해야 한다.
이 같은 증상은 짧게는 몇 초에서 몇 분간 지속되다가 대부분 몇 시간 이내에 사라진다. 뇌졸중 초기와 비슷한 상황. 뇌졸중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 뇌동맥류로 나뉜다. 뇌출혈은 혈관이 터져 뇌 안에 혈액이 고이는 것이고, 뇌경색은 혈전이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뇌의 혈관을 막는 현상이다. '미니뇌졸중'으로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은 짧게 뇌경색이 왔다가 다시 뚫리는 것을 말한다.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김진석 과장은 "허혈 위치에 따라 발음이상, 실어증,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어지럼증, 뇌신경 손상 등을 가져오는 '반구성 증상'과 한쪽 눈의 시력이 갑자기 상실되는 '안구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환자들은 '마치 커튼이 한쪽 눈에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한쪽 눈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는 증상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일과성 뇌허혈은 뇌졸중의 전조
지난해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연구팀이 '미신경학회저널'에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졸중을 앓는 사람 8명 중 1명가량은 일과성 뇌허혈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4년간 뇌졸중 환자 1만6천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2.4%인 2천32명이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에 일과성 뇌허혈이 발병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비록 24시간 이후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미니뇌졸중 증상을 앓은 사람들은 앞으로 보다 심한 뇌졸중이 발병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병 연령이 높을수록, 일과성 뇌허혈 증상의 시간이 길수록, 특히 1시간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반구성 증상 중에 한쪽 사지 마비 및 언어 장애가 있을 때 예후가 좋지 않아 뇌경색이 잘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병이 있을 때도 뇌경색으로 잘 진행한다.
김진석 과장은 "MRI(자기공명촬영)를 통해 일과성 뇌허혈 환자를 촬영하면, 이미 증상이 지나갔기 때문에 뇌 손상 흔적이 보이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30~40%가 뇌 손상이 나타난다"며 "일과성 뇌허혈 후 뇌경색이 발생할 확률을 시간 경과로 살펴보면 처음 2일 내에는 3%, 일주일 내 5%, 1개월 내 8%에 이르며, 1년내에 뇌경생 재발 확률은 7~21%에 이른다"고 밝혔다.
◆초기에 치료하면 후유증 없어
일단 일과성 뇌허혈이 발생하면 초기에 뇌경색이 올 수 있지만 대부분 적절한 약물치료 및 예방이 있으면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완치될 수 있다. 무엇보다 뇌영상 촬영과 뇌혈관 조영술, 심초음파, 심전도, 경동맥 초음파 등을 통해 원인 찾기가 급선무.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아그레녹스 같은 항혈소판제를 주로 사용하며, 심방세동 같은 질환이 원인이 되는 심인성 일과성 뇌허혈에는 주로 항응고제를 투약한다. 동맥 경화 협착증이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검사장비의 발달로 뇌혈관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어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기 전에 수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니뇌졸중이 나타났을 때 뇌질환 전문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으면 얼마든지 발병 전에 예방 치료가 가능하다. 뇌 종합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뇌혈관 조영술'로 치료할 수 있다. 시술 위험도 낮고, 시술 후 사흘 정도가 지나면 정상 생활도 가능하다.
김진석 과장은 "일과성 뇌허혈은 적절한 치료 및 예방으로 가족과 사회에 큰 고통을 안겨주는 뇌경색과 신경학적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며 "뇌졸중을 대비할 시간을 주고 치료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오히려 하늘이 주신 고마운 질환"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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