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의원 들러리" 불만 터졌다…한, 공심위원 2명 사퇴

한나라당 대구시당 외부인사 몫 여성 공심위원 2명 사퇴

한나라당 대구시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조수성 계명대 교수와 임경희 대구소비자연맹 회장이 25일 공심위원 사퇴서를 제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외부 인사 몫으로 공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두 여성 위원은 이날 회의 도중 "공천 심사에 원칙과 기준이 없어 외부 공심위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며 사퇴 이유를 밝힌 뒤 사퇴서를 제출하고 퇴장했다. 갑작스런 사퇴 표명에 다른 공심위원들의 설득과 만류가 이어졌지만 이들은 번복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하고 더이상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달서 5선거구 광역의원 후보로 김원구 대구경실련 집행위원장을 내정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애초 6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5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지용성 대구시의원이 구속되면서 재공모 형식으로 5선거구로 방향을 틀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조원진 의원이 공심위원들에게 협조를 부탁했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공심위원들이 밀어붙여 표결로 통과되자 두 사람이 사퇴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서상기 공심위원장이 "불만이 있으면 사과한다. 회의도 한두 번밖에 남지 않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설득했지만, 두 사람은 "재공모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심위원은 "이런 일들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이 마음대로 하는 제도에 들러리를 서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심위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사퇴가 지금까지 쌓인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 심사를 당협위원장과 '협의'하도록 명문화해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과도하게 적용되면서 외부 공심위원들의 불만이 쌓였고 결국 두 사람의 사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또 9명의 공심위원으로 그럴듯하게 공심위를 꾸렸지만 실상은 국회의원 4명, 대구시당 측 인사 2명, 외부위원 3명 등으로 구성돼 애초부터 외부 위원이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존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3명밖에 안 되는 외부공심위원으로서 애초부터 국회의원들과 당 인사들을 견제하는 것에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당내 인사 6명, 당외 인사 5명으로 공심위를 구성,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해 국회의원 마음대로 공천을 할 수 없어 애를 먹은 바 있다. 그 때문에 외부 공심위원들의 역할은 4년 전과 '하늘과 땅 차이'란 얘기가 공공연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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