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전한' 애인대행사이트 '알고보면' 성매매사이트

인터넷 애인대행사이트에서 온라인 머니를 충전한 지 3분쯤 지나자 한 여성 회원으로부터 쪽지가 날아들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사는 곳과 나이를 밝히고 만남을 제안해왔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25세 여성이라 했다. "그냥 애인만 해주는 거냐?"고 묻자 대뜸 전화번호를 물었다. 이내 발신자번호금지 표시가 찍힌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당 3만원인데…. 더한 것도 가능해요. 키는 168㎝이고 몸무게는 43㎏이에요." 성매매 대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20만원이었다. 이어 조건이 맞으면 자신의 전화번호를 준다고 말했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 사이 모니터에는 다른 여성들이 보낸 쪽지들이 가득했다.

애인대행사이트가 성매매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겉으로는 남녀 간 건전한 만남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는 돈과 성이 오가는 '조건 만남'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을 통해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차단책 마련이 시급하다.

'애인 대행'이란 돈을 받고 애인 역할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시간당 비용을 매기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만남을 갖게 되는 여성 파트너와 협상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문제는 여성들의 서비스가 '애인'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접속하는 순간부터 반라의 자극적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성의 사진이 도배돼 있다. '섹시누나 콜~' '쭉빵걸 무조건 대 만족' '당신만의 옹녀' 등 선정적인 제목이 주를 이룬다.

지난달 대구중부경찰서에는 애인대행 사이트로 만난 남성과 화대 15만원을 받고 성관계를 맺은 30대 여성이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해 애인대행사이트를 자주 이용했다는 김모(31)씨는 "애인대행사이트에 접속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성을 사려는 이들이고 여성회원들도 10명중 8명은 조건 만남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인대행사이트는 성인들의 전유물만도 아니다. 미성년자들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현재 애인대행사이트는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돼 미성년자들의 가입이나 활동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른바 '번호따기'라 불리는 주민번호 도용으로 청소년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경찰이 지난해 대구경북 인터넷 및 청소년 성매매 범죄를 수사한 결과, 지역에서 적발된 인터넷 성매매 사범 465명 가운데 90% 가량이 채팅 및 애인대행 사이트에서 처음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애인대행사이트를 통한 성 거래가 성행하다 보니 '온라인 포주'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근 인기 연예인이 연루된 미성년자 K양의 성매매 사건 역시 온라인 포주가 애인대행사이트를 통해 남성들을 끌어모은 뒤 성매매를 알선한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애인대행사이트를 통한 성매매는 개별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며 "성매매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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